게임·가요 - 행정 심의 완전히 폐지하자

  • 현황 및 문제점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청소년들의 온라인 게임이용을 차단하는 여성가족부의 ‘강제적 셧다운제’, 청소년 및 법정대리인의 요청시 게임 이용을 차단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선택적 셧다운제’ 등, 최근 1년 사이에 게임 영역에서만 이용시간을 규제하는 정책들이 계속 발표되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은 기존의 창작자를 대상으로 한 표현의 자유 규제에 머물지 않고 일반 이용자, 특히 청소년들의 문화 이용권, 접근권 등을 차단함으로 인해 문화 향유를 통하여 자유로운 인격을 발휘할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

    게임 자율 심의는 청소년보호법으로 반쪽 한계

    게임물의 등급 심의는 2011년 12월 30일 게임산업진흥법 일부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민간으로 이양될 계획이나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의 경우는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게임물등급위 등 국가 등급제를 병행할 예정이어서 이중 심의 논란이 일고 있다.

    가요 자율 심의도 청소년보호법으로 반쪽 한계

    10cm의 <아메리카노> 등 가요의 맥락을 파악하지 않은 채 단순히 ‘술’과 ‘담배’를 거론하는 가사만으로 청소년유해매체로 고시되는 경우가 최근 급증했다. ‘청소년이 즐기기엔 야하다’는 이유로 2008년 청소년 유해매체로 고시된 동방신기의 <주문>이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에 따라 2009년 고시 취소 처분을 받는 등 위법 논란과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청소년보호위원회는 2012년 2월 음반자율심의기구를 발족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여전히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민간자율심의의 한계와 이중규제가 불가피하다.

    정책제안

    이용자의 시간까지 규제하는 강제적 셧다운제는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 음반 심의제도를 폐지하고 게임물 등급위원회는 민간자율규제기구로 전환한다.

    게임·가요

    Ⅰ. 문제제기

    최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국가 통제 방법은 매체를 향유하는 개인의 접근을 차단함으로써 창작자들을 압박하고 있으며 등급제를 넘어 이용시간을 차단하는 방법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청소년들의 온라인 게임이용을 차단하는 여성가족부의 ‘강제적 셧다운제’, 청소년 및 법정 대리인의 요청시 게임 이용을 차단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주관의 ‘선택적 셧다운제’, 청소년 온라인 게임 이용시 2시간 접속 후 자동으로 10분간 로그아웃되는 교육과학기술부 주관의 ‘쿨링오프제’ 등, 최근 1년 사이에 게임 영역에서만 이용시간을 규제하는 정책들이 계속 발표되고 있다. 가요 영역에서도 맥락과 진의를 파악하지 않은 채 단순히 ‘술’, ‘담배’ 라는 글자가 들어가거나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는 듯한 가사만으로 청소년유해매체로 고시되어 청소년들의 이용을 차단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가장 논란이 된 청소년 게임이용 셧다운제는 국가가 개인의 문화 활동 시간을 강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 기존의 창작자를 중심으로 한 표현의 자유 규제에 국한되지 않고 일반적 이용자, 특히 청소년들의 문화 이용권, 접근권 등을 차단함으로 인해 문화 향유를 통하여 자유로운 인격을 발휘할 권리를 제한당하고 있으며 유해매체 고시를 넘어 이용시간을 규제하는 정책으로 확장되고 있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최근의 문화매체는 창작자와 이용자의 경계가 모호하다. 게임영역에서 보면 게임을 플레이하는 저마다의 독특한 방식 자체가 고유한 기록물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처럼, 창작자의 범위가 내용물을 만든 사람에 그치지 않고 각 이용자의 이용방식에 따라 또 다른 새로운 창작물이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매체에 대한 접근권을 차단하고 심지어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단순한 문화 향유의 제한을 넘어 재창조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으로 심각한 표현의 자유 침해이다. 아울러 문화매체에 대해 청소년의 권리를 보호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들의 접근을 차단하고 이용을 제한하는 무조건적인 규제정책으로 인해 청소년의 문화적 권리는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Ⅱ. 국제인권기준

    1. 국제인권규범

    게임과 가요를 직접 규율하는 국제인권규범은 찾기 어렵지만, 청소년과 관련해서는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중 매체에 대한 접근 문제를 규정한 제17조와 여가와 놀이에 대한 제31조를 들 수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제17조 (대중매체, 적합한 정보에 대한 접근)
    당사국은 대중매체가 수행하는 중요한 기능을 인정하며, 아동이 다양한 국내적 및 국제적 정보원으로부터의 정보와 자료, 특히 아동의 사회적·정신적·도덕적 복지와 신체적·정신적 건강의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정보와 자료에 대한 접근권을 가짐을 보장하여야 한다. 이 목적을 위하여 당사국은,
    (a) 대중매체가 아동에게 사회적·문화적으로 유익하고 제29조의 정신에 부합되는 정보와 자료를 보급하도록 장려하여야 한다.
    (b) 다양한 문화적·국내적 및 국제적 정보원으로부터의 정보와 자료를 제작·교환 및 보급하는 데 있어서의 국제협력을 장려하여야 한다.
    (c) 아동도서의 제작과 보급을 장려하여야 한다.
    (d) 대중매체로 하여금 소수집단에 속하거나 원주민인 아동의 언어상의 곤란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도록 장려하여야 한다.
    (e) 제13조와 제18조의 규정을 유념하며 아동 복지에 해로운 정보와 자료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지침의 개발을 장려하여야 한다.
    제31조
    1. 당사국은 휴식과 여가를 즐기고, 자신의 연령에 적합한 놀이와 오락활동에 참여하며, 문화생활과 예술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아동의 권리를 인정한다.
    2. 당사국은 문화적·예술적 생활에 완전하게 참여할 수 있는 아동의 권리를 존중하고 촉진하며, 문화, 예술, 오락 및 여가활동을 위한 적절하고 균등한 기회의 제공을 장려하여야 한다.

    아동권리위원회는 초기 유년기에서 아동권리의 이행을 다룬 2005년 ‘일반논평 7호’에서 규약 제31조에서 거론된 ‘놀이’의 의미를 밝힌 바 있다. “놀이는 초기 유년기의 가장 주요한 특징 중 하나이다. 아동이 혼자 놀든, 혹은 다른 아동과 함께 놀든 간에 놀이를 통해 아동은 즐기는 동시에 그들의 현재의 능력에 도전한다. 초기 유년기에서의 창조적인 놀이와 탐구적인 학습의 가치는 널리 인정되었다(34문단).”는 것이다. 특히 놀이에 대한 아동의 권리가 경쟁적인 학업에 의해서도 좌절될 수 있다는 위원회의 우려에 대해서는 한국 사회가 주목할 필요가 있다.

    2. 국제기구의 한국에 대한 권고

    유엔 아동의 권리 위원회는 한국정부의 3,4차 보고서에 대한 심의결과 최종견해를 발표하였다. 여기에는 여가와 놀이와 관련하여 아동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여러가지 권고들이 포함되어 있다.

    대한민국 3,4차 정부보고서에 대한 아동권리위원회의 최종견해(CRC/C/KOR/CO/3-4, 2011.10.6)
    B. 일반원칙 아동의 견해에 대한 존중
    34. 아동과 청소년이 자신의 견해를 표현하도록 국가가 조직한 회의의 성립을 환영하는 한편 당사국의 법 절차나 사회적 태도에 관한 맥락이 아동에게 영향을 미치는 결정들에 관한 아동의 견해, 특히 15세 미만 아동의 견해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위원회의 우려는 여전하다.
    35. 위원회는 아동이 자신의 견해를 표현할 권리와 아동에게 영향을 끼치는 모든 결정에서 아동의 견해가 고려되도록 할 권리를 가졌다는 것을 보장하도록 당사국이 법률의 개정을 고려할 것을 권고하며 당사국은 협약 12조에 따라야 한다는 이전의 권고를 반복한다.
    (a) 아동에게 영향을 끼치는 모든 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자신들의 견해를 표현할 아동의 권리를 포함하도록 아동복지법을 개정하고, 학교와 교육 체제 속에서의 훈육절차를 포함하여 법원과 행정 기구에 의한 아동의 견해에 대한 존중을 증진하고 아동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문제에서 아동의 견해가 청취될 것을 촉진하기 위하여 입법을 포함한 효과적인 조치를 취할 것.
    (b) 아동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문제에서 아동의 견해가 고려되고 청취될 아동의 권리에 대하여 특히 부모, 교육자, 정부행정공무원, 사법부 및 광범위한 사회에 교육 정보를 제공할 것.
    (c) 아동의 견해가 고려되는 정도와 아동의 견해가 정책, 프로그램 및 아동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의 수준에 대하여 정기적으로 검토할 것.
    (d) 아동의 청취될 권리에 관한 위원회의 일반논평 12호(2009)를 고려할 것.
    F. 교육, 여가 및 문화활동(협약 28, 29, 31조)
    직업훈련 및 생활지도를 포함하는 교육
    63. 위원회는 대한민국에 다음의 사항을 권고한다:
    a) 협약 29조 및 교육의 목적에 관한 위원회의 일반논평 1호(2001)을 고려하여, 현 교육 및 관련 시험 제도를 평가하라.
    b) 사교육에 대한 광범위한 의존의 근본 원인과 사교육에서 비롯되는 대학진학 시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공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증진하라.
    c) 협약 31조에 따라, 여가, 문화 및 오락활동에 대한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라.
    d) 당사국의 다음 정기보고서에 포함시킬 수 있도록, 학교에 대한 접근성에 있어 평등을 이룩하는 데 관련된 구체적 결과에 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라.
    e) 학생 간 괴롭힘을 방지하고 외국출신 아동에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며 괴롭힘을 줄이기 위한 시도에 아동이 참여하도록 하는 조치를 강화한다. 이러한 조치는 휴대폰이나 온라인 공간과 같이 교실과 학교 운동장 밖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형태의 따돌림과 괴롭힘을 다루어야 한다.

    Ⅲ. 인권상황평가: 실태와 문제점

    1. 인권 실태

    가. 게임
    2011년 11월 20일부터 개정 「청소년보호법」을 근거로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일부 온라인 게임이용을 차단하는 ‘강제적 셧다운제’가 여성가족부의 주관으로 시행되었다. 만 18세 미만 청소년의 게임이용을 보호자가 요청할 시 게임사가 차단하도록 한 ‘선택적 셧다운제’ 역시 2012년 7월부터 본격적 시행될 예정이다. 이 선택적 셧다운제는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의 주관으로 예비시행 중이며 청소년이 게임 사이트 가입 시 법정대리인의 허락을 받도록 하는 법안과 함께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산업진흥법’)에 포함되었다. 연이어, 2월 6일 교육과학기술부에서조차 학교폭력근절종합대책을 통해 게임이용 시 2시간 접속 후 10분 동안 차단하는 ‘쿨링오프제’를 발표하고 관련한 내용을 초중등학생의 인터넷 게임중독 예방 및 해소에 관한 특별법안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처럼 게임 규제를 담당하는 부처만 세 곳이다. 더구나 이 규제들은 모두 청소년이용자들에게 한정되어 있으며 강제적 방식으로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처음 발의된 여성가족부의 강제적 셧다운제는 이미 시행되기 전부터 청소년의 문화적 권리, 학부모의 교육권 침해 등의 사유로 2011년 10월 헌법소원이 제기되어 현재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으며, 문광부와 교과부의 정책들 역시 실효성과 기본권 침해 등의 이유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과거 청소년 범죄의 원인이라는 누명을 쓰며 각종 문화매체가 받아온 규제가 게임에서 되풀이되고 있으며 창작자 규제를 넘어 이용자 규제로 확장되고 있다. 심지어 ‘청소년보호’라는 이름을 내세운 청소년 정책은 관련 부처들의 민간자율기금 마련의 구실로 전락하고 있는 심각한 실정이다.
    현재 게임물의 등급 심의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게임물등급위원회가 맡아 왔다. 2011년 12월 30일 게임산업진흥법 일부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차후 민간으로 이양될 계획이나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의 경우는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여성가족부 소속의 청소년 보호위원회의 제제를 받을 수 있으므로 사실상 국가 강제 등급제가 유지되는 것이다. 더구나 추가로 발표된 교육과학기술부의 정책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담당해 온 등급심사와 관련해 교육과학기술부와 여성가족부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며 추가로 건전게임심의위원회(가칭) 등이 제안될 예정이어서 오히려 이중 심의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나. 가요
    2011년 여성가족부 주관의 음반심의에 의해 청소년유해매체로 고시된 음반은 무려 894개이다. 그 중, 전체적 맥락과 무관하게 ‘술’ 또는 ‘담배’라는 가사 때문에 유해매체로 고시된 경우만 189개이다.
    청소년 유해매체로 고시된 그룹 10cm의 <아메리카노>의 경우 가사 중 ‘여자 친구와 싸우고서 바람 필 때, 다른 여자와 입 맞추고 담배 필 때’ 라는 부분이 ‘담배와 불건전한 이성교제 조장’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청소년유해매체가 되었다. 2008년 당시 보건복지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전체적인 분위기가 청소년이 즐기기엔 야하다’는 이유로 청소년 유해매체로 고시한 그룹 동방신기의 곡 <주문>의 가사 ‘Under my skin’은 해석을 두고 법적 공방으로까지 이어졌다.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에 따라 2009년 청소년유해매체 고시 취소 처분을 받았지만, 당시 동방신기는 ‘Under my skin’을 ‘Under my sky’로 바꿔 활동해야 했다.
    이 밖에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한 미국 가수 케이트 페리의 <I kissed a girl>의 경우 불건전 교제 조장 우려로 청소년 유해매체로 선정되어야 했다. 동성 간의 스킨쉽이 과연 ‘불건전 교제’인가를 두고 논란이 되었지만 에이브릴 라빈의 <Girl friend> 등 계속해서 세계적인 명곡들도 유해매체 선정을 피할 수 없었다.
    최근 유해매체로 고시되었던 가요들이 연달아 재판에 승소해 유해매체 고시 취소 처분을 받는 상황 등으로 인해 청소년 유해매체 심의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여성가족부의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음반심의위원장을 교체하고 2011년 10월 17일 음반심의세칙 개정안을 발표하였지만 여전히 모호한 심의규정들로 구성되어있다. 이에 앞서 지난 2011년 10월 5일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와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음원제작자협회가 음반자율심의기구를 발족하기로 협의하며 2012년 2월을 기준으로 음반심의 민간심의기구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여전히 심의기준으로 작동하는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자동적으로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심의 주관 단위가 될 수 있으므로 오히려 민간심의에 불필요한 이중규제가 발생할 것이다. 음반심의과정의 불투명성이나 모호한 내용의 음반심의세칙조항은 창작자에 대한 과도한 규제일 뿐 아니라 이용자의 문화 접근권을 차단하는 행태이며, 민간심의기구의 권한을 정부기관이 쥐고 있는 것 역시 과도한 이중규제이다.

    2. 문제점

    가. 청소년 보호를 이용한 표현의 자유 통제와 청소년의 문화적 권리 침해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규제가 등급보류, 고시 등의 제재에서 이용자 규제로까지 확장되고 있는 것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심지어 청소년보호법이 갈수록 강화되며 개별영역에 대한 독립성을 부정하고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쥐락펴락하며 권한을 키우는 것 역시 매우 우려스럽다. 청소년보호위원회는 계속해서 청소년보호라는 명분을 이용해 윤리적 공포심을 조장하고 전면적이고 미시적인 검열들을 자연스럽게 진행시키고 있다. 그리고 청소년보호법은 최근 문화매체 심의의 모법으로 기능하며 문화·예술 영역에서 표현의 자유를 규제, 조절하는 기준으로 쓰이고 있다. 등급에 이어 시간을 통한 규제로 확장된 셧다운제와 유해매체 고시 및 판매 제약으로 통제되는 가요의 경우, 청소년들의 접근과 이용은 전면적으로 차단되고 있는데, 이는 청소년보호 담론을 이용하여 청소년들의 문화적 권리 및 자율성을 현격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계속해서 강화되는 청소년보호법은 청소년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매체에 대해 청소년유해매체로 고시하고 통제하는 법에 불과하다. 이는 청소년을 미성숙한 존재로 낙인찍고 이를 이용하여 청소년을 규제함과 동시에 문화매체에 대한 강력한 통제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청소년을 ‘자녀’로 국한시키는 청소년보호법은 청소년 유해매체의 범위를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매체로까지 확대하고 있어 사실상 청소년들의 사회비판의식을 함양할 기회마저도 억제하고 있는 것이며, 표현의 자유를 통제하고 청소년들의 삶을 제약하는 국가장치로 악용되고 있다.
    나. 창작자의 표현 규제를 넘어 이용자의 시간 규제로 확대되는 통제
    표현의 자유에 대한 국가 통제 방법은 매체를 향유하는 개인의 접근을 차단함으로써 창작자들을 압박하는 등급제, 유해매체 고시 등에서 이용시간을 차단하는 방법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국가가 개인의 문화 활동 시간을 강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는 점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규제정책이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창작자의 표현의 자유 규제에 국한되지 않고 일반 시민의 보편적인 향유를 규제하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관한 탄압이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이 강화지점의 중심인 청소년들을 미성숙한 존재로 설정하여 매체로부터 격리·배제 시키는 방식의 정책들은 정치적-문화적 주체로서 청소년들의 권리를 제한한다는 점에서 특히 우려스럽다. 강제적이고 차별적인 연령등급은 국가의 검열 방식이 사상과 이념에서 윤리와 도덕으로 이동하였음을 드러내며 이는 창작자에게는 자기 검열을 유도하고 이용자의 접근을 차단함으로써 전반적으로 규제를 강화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다. 청소년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청소년 보호 정책
    과거 청소년들이 만든 사이트 및 카페들이 강제 폐쇄되는 일들이 있었음에도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직접 할 수 없는 상황이 있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셧다운제의 헌법소원도 친권자의 동의 없이는 진행할 수 없으며, 개정된 게임산업진흥법에도 친권자가 요구하는 경우에만 셧다운제 대상에서 제외시킬 수 있을 뿐 청소년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위해 움직일 수 있는 방안이 전무하다.
    최근 쟁점이 된 ‘서울시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안’ 역시 청소년들은 서명조차 할 수 없었던 것처럼, 청소년들이 자신들을 대상으로 한 정책에 참여할 방법이 전혀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심지어 자신들의 권리가 침해당하더라도 스스로 구제할 수 없는 현실은 청소년들을 사회 구성원으로 인지하지 않는 것이며 그들의 주체성을 무시하는 처사이다.
    동의받지 않은 보호는 폭력에 불과하다. 청소년보호의 이름으로 청소년의 문화적 권리를 박탈하는 청소년보호법 및 심의기준에 대해 청소년들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절차와 제도가 꼭 필요하다.

    Ⅳ. 개선방향: 정책과제

    1. 이용자의 시간까지 규제하는 강제적 셧다운제는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

    만 16세 미만의 청소년들의 온라인 게임이용 시간을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강제적으로 일괄차단하며 청소년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강제적 셧다운제는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

    2. 행정기구에 의한 심의와 강제적이고 차별적인 연령등급제는 반드시 폐지되어야 하고 자율규제로 대체되어야 한다.

    가. 음반 심의제도 폐지
    가요 심의와 관련해 2012년 2월부터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와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음원제작자협회가 주도하는 민간심의로 전환될 예정이다. 하지만 귀로만 듣게 되는 가요의 경우 영상매체와는 영향력이 다르며, 언제든지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될 수 있는 특성이나 이미 사후 심의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심의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즉 음반 심의제도는 전면 폐지하고 자율규제로 대체해야 한다. 단, 새롭게 개설되는 민간자율기구는 매체이용자들의 이용에 있어 고충을 접수·처리하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나. 게임물 등급위원회는 민간자율규제기구로 전환
    2012년부터 민간으로 이양되는 게임물등급위는 국가의 심의 기능을 위탁·대행하는 기구가 아니라 민간자율규제기구로서의 독립성을 보장받고 게임의 특성에 맞는 자율규제 기준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기준이 되는 청소년보호법에 의거한 강제적이고 차별적인 연령등급제를 폐지하고 매체 특성에 따른 자율규제로 대체해야 하며 나아가 청소년보호법의 청소년유해매체물 제도 자체가 폐지되어야 한다.

    3. 창작자는 이미지나 영상 등 시각적인 표현물에 대해서는 내용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문화매체에 대한 사전 정보 제공은 이용자의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위해 창작자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게임의 경우 게임을 기획하고 설계한 사람이 아니면 전체 내용에 대한 정보를 빠른 시간에 알기 어렵기 때문에 제작자를 기준으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하며 이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제작자 또는 창작자의 정보 제공을 바탕으로 한 내용표기는 누구나 접근 가능한 방법으로 고시되어야 한다.

    4. 표 현물에 대한 이용자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공공성을 갖춘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가. 민간기구의 자율규제 시스템 운영은 독립성을 보장받아야 한다.
    자율규제 시스템 운영은 민간기구로서의 독립성을 보장받되 운영 과정 및 결정에 따른 절차는 모두에게 공개되어야 한다. 특히, 각 매체의 특성에 따른 전문가들과 일반 시민의 의견이 다양하게 수렴되어야 하며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도록 공정성을 유지하여야 한다.
    나. 청소년 및 이용자들의 의견 수렴이 가능한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청소년 및 매체 이용자들의 의견 수렴이 가능한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유엔 아동권리협약에서 지속적으로 문제제기 되어 온 청소년 대상 정책에 대한 청소년들의 의견 수렴 기구가 없는 것은 심각한 우려사항이다. 청소년들은 자신의 권익을 포함하는 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아야 하며 권리의 침해가 발생하였을 때 친권자가 아닌 법정대리인을 자유롭게 지정하거나 스스로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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