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 제복입은 시민으로서 기본권을 보장하자

  • 현황 및 문제점

    국토방위종사자인 군대의 피고용인들 혹은 의무복무자들의 기본권보호는 극히 열악하다. 군인사법과 군인복무규율에 의해 군인은 군에 관련된 의견표명이 금지되고, 정보수령권이 포괄적으로 제한되며,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물론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어 있다.

    소위 ‘불온서적’ 반입과 열독 금지

    2008년 7월 22일 국방부는 <나쁜 사마리아인들>, <소금꽃나무> 등 장병의 정신전력을 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23권의 도서들을 소위 불온서적으로 지정함과 동시에 해당 도서의 영내반입 및 열독 금지, 장병 및 독신간부 숙소 단속을 통한 일제 수거 등의 지시를 하달하였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2008년 8월 헌법 정신에 맞게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방부 장관에게 전달하였고, 군법무관 7인은 같은 해 10월 군인사법, 군인복무규율, 국방부 지시의 위헌성을 다투는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하지만 2010년 10월 헌법재판소는 합헌이라며 청구인들이 청구를 기각 혹은 각하하였고, 헌법소원을 제기한 군법무관들은 파면 및 감봉 등 징계를 당하였다.

    정책제안

    군인의 복무에 관하여 백지위임한 군인사법 제47조의2를 폐지한다. 군인기본법을 제정하여 군인 역시 ‘제복입은 시민’으로서 일반시민과 동일한 자유와 권리의 주체가 되며, 군사임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군인

    Ⅰ. 문제제기

    군인과 국가의 관계에 대한 전통적 이론은 소위 ‘특별권력관계이론’이다. 특별권력관계이론은 19세기 독일의 외견적 입헌군주제하에서 성립된 것으로, 특별권력관계하에서는 기본권이나 법률유보가 적용되지 않고, 직무명령이 적용되므로 행정기관과 그에 소속한 자 사이에 포괄적인 지배관계가 성립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특별권력관계이론에 따라, 국가의 행정영역에서의 포괄적 지배를 인정함으로써 입법이나 사법의 통제를 배제하려는 시도는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더는 인정되기 어렵다.
    공무원의 표현의 자유 금지와 마찬가지로 한국사회에서는 국토방위종사자인 군대의 피고용인들 혹은 의무복무자들의 기본권 보호는 극히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사회의 다른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기본권에 대한 논의 수준에 비하여 그에 대한 인식수준이 상대적으로 낮고, 일반인들의 관심사로부터도 멀어져 있었다. 군인의 표현의 자유 문제도 그 연장선에 있다. 그 이유는 1) 일반인들의 군 문제에 대한 무관심이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며, 2) 남북한 간의 긴장 및 대치관계 때문에 군인의 기본권은 헌법 제37조 제2항의 적용대상이 된다고 하면서도, 이러한 특수한 상황으로 인하여 법의 적용에 있어서 행정기관, 사법기관 역시 헌법의 엄격한 적용을 무시하면서 기본권 제한을 당연하게 생각해 온 관행이 문제라 하겠다.

    한국사회에 있어서 군인의 표현의 자유가 제한을 받는 영역은 크게 다음과 같다.
    1) 군에 관련된 의견표명의 금지 (군인사법 제47의 2, 군인복무규율 제17조)
    2) 군인의 정보수령권의 포괄적 제한 (군인사법 제47의 2, 군인복무규율 제16조의 2)
    3) 일반적인 의사표시로서의 집회와 시위의 자유의 금지 (군인사법 제47의 2, 군인복무규율 제13조)
    4) 군인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의 제한 (군인사법 제47의 2, 군인복무규율 제18조)

    위와 같은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기본권 제한의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위에서 보듯 군인복무규율 때문에, 기본권의 제한에 대하여 포괄적인 제한을 두고 있음에도 근거법령이 명확성이 없고, 법률유보원칙이 적용되고 있지 않다. 군인사법 제47조의 2는 오로지 “군인의 복무에 관하여 이 법에 규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따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어 포괄적으로 기본권제한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는 것이며, 이는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에 반한다고 할 것이다. 즉, 입법자인 국회가 정한 법률의 구체적인 위임을 받아 제정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군인복무규율 조항 내용 역시 공권력 행사의 대내외적인 적합·적법성을 담보하기 위한 장치를 보유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군인복무규율의 적용에 대한 감시가 이루어질 내·외부기관으로 1) 인사소청위원회·고충처리심사위원회 2) 국가인권위원회 3) 국민권익위원회 등이 있으나 내부기관의 경우 위원구성·처리심사의 독립성 제한 때문에 실질적인 구제책이 되기 어렵고, 외부기관의 경우 군 관련 문제를 다루기 위한 재정과 인력이 충분치 않고, 적절한 권한도 부여받지 못하고 있으며, 사후적 심사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기본권 침해를 사전에 예방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Ⅱ. 국제인권기준

    1. 국제인권규범

    군인의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국제인권규범으로는 모든 사람의 의견과 표현의 자유에 관한 권리를 보장한 세계인권선언 제19조, 의견개진권과 정보접근권 등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9조 그리고 평화적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한 동 규약 제21조를 들 수 있다.

    세계인권선언 제19조

    모든 사람은 의견과 표현의 자유에 관한 권리를 가진다. 이 권리는 간섭받지 않고 의견을 가질 자유와 모든 매체를 통하여 국경에 관계없이 정보와 사상을 추구하고, 접수하고, 전달하는 자유를 포함한다.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9조

    • 1. 모든 사람은 간섭받지 아니하고 의견을 가질 권리를 가진다.
    • 2. 모든 사람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이 권리는 구두, 서면 또는 인쇄, 예술의 형태 또는 스스로 선택하는 기타의 방법을 통하여 국경에 관계없이 모든 종류의 정보와 사상을 추구하고 접수하며 전달하는 자유를 포함한다.
    • 3. 이 조 제2항에 규정된 권리의 행사에는 특별한 의무와 책임이 따른다. 따라서 그러한 권리의 행사는 일정한 제한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그 제한은 법률에 의하여 규정되고 또한다음 사항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만 한정된다.
      • (a) 타인의 권리 또는 신용의 존중
      • (b) 국가안보 또는 공공질서 또는 공중보건 또는 도덕의 보호
    • 제21조 평화적인 집회의 권리가 인정된다. 이 권리의 행사에 대하여는 법률에 따라 부과되고, 또한 국가안보 또는 공공의 안전, 공공질서, 공중보건 또는 도덕의 보호 또는 타인의 권리 및 자유의 보호를 위하여 민주사회에서 필요한 것 이외의 어떠한 제한도 과하여져서는 아니된다.

    2. 국제기구의 한국에 대한 권고

    프랑크 라 뤼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2011년 6월에 열린 유엔인권이사회 17차 회기에서 대한민국 군대 내에서의 ‘불온서적’ 지정에 관하여 이를 합헌으로 선언한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우려를 표명하였다.

    프랑크 라 뤼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한국보고서(A/HRC/17/27/Add.2, 2011.3.21.)
    • 99. 특별보고관은 군대 및 병영 내에서 23권의 “불온”서적을 금지한 것이 합헌이라고 판결한 2010년 10월 23일의 헌법재판소 결정에 우려를 표한다. 특별보고관은 모든 사람은 사상과 의사의 자유에 관한 권리의 연장선상에서 자신이 읽을 책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강조한다. 특별보고관은 금서 지정은 세계 어느 곳이라도 비민주적인 행태에 해당된다는 입장이며, 특히 불온서적을 결정하는 명백한 기준이 부재하다는 점에 비추어, 대한민국 정부에게 그러한 금지를 폐할 것을 촉구한다.

    Ⅲ. 인권상황평가: 실태와 문제점

    1. 불온서적 사건 및 군법무관 파면 및 징계사건

    가. 불온서적 사건
    1) 관련 법제도
    군인사법(1966.10.4. 법률 제1837호로 개정된 것)
    제47조의2(복무규율) 군인의 복무에 관하여는 이 법에 규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따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한다.

    군인복무규율(1998.12.31. 대통령령 제15954호로 개정된 것)
    제16조의2(불온표현물 소지·전파 등의 금지) 군인은 불온유인물·도서·도화 기타 표현물을 제작·복사·소지·운반·전파 또는 취득하여서는 아니 되며, 이를 취득한 때에는 즉시 신고하여야 한다.

    불온서적 차단 지시(국방부, 육군·공군 지시)
    가. 군인복무규율(대통령 제20282호) 제16조의 2
    나. 국군병영생활규정(국방부 훈령 600호) 제47조(물품반입 및 소지의 제한)
    다. 공규3-200 제216조(공군보안규정)
    라. 정훈·문화활동규정(국방부 훈령 제790호) 제28조(정훈·문화자료 심의위원회)
    마. 군내 불온서적 차단대책 강구(장관, ‘08.7.19.)

    대책
    가. 장병 정신교육 실시
    1) 불온서적 취득 즉시 지휘계통 보고 및 지원 기무부대 보고
    나. 개인별 부대 반입 통제(연중 지속)
    1) 휴가 및 외출·외박 복귀자 반입 물품확인
    2) 우편물 반입 시 간부 입회 하 본인 개봉/확인 등
    3) 불온서적 목록
    다. 불온서적 반입여부 일제 점검(사무실, 분임실, 휴게실, 독신자 숙소 포함)
    1) 기간: 08.7.28 ~ 8.4
    2) 점검 결과 다음 서식에 의거 보고(보고 기일(수거문서 없을 시 유선 보고) : ‘08.8.5.)
    *보안의 날 행사 또는 부대계획에 의거 지속 점검 실시

    2) 사건의 개요

    2008년 7월 22일 대한민국 국방부는 한총련의 ‘군 도서보내기운동’(한총련이 북한찬양, 반미·반정부, 반자본주의 도서를 군에 보내려 하였다는 것)정황을 포착하였고, 위와 같이 장병의 정신전력을 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23권의 도서들을 소위 불온서적으로 지정함과 동시에 해당 도서의 영내반입 및 열독 금지, 장병 및 독신간부 숙소 단속을 통한 일제 수거 등의 지시를 하달하였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2008년 8월 28일 군인권전문위원회의 논의와 상임위원회 의결을 통하여 이 조치를 헌법 정신에 맞게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방부 장관에게 전달하였다. 2008년 9월에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러한 국방부의 지시가 시대착오적이라는 이유로 국방부 장관에게 지시의 철회를 권고했다. 이러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을 전제로, 군법무관 7인은 2008년 10월 22일 위 군인사법, 군인복무규율, 국방부 지시의 위헌성을 다투는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하지만 2010년 10월 헌법재판소는 군인복무규율 제16조의 2는 헌법소원의 청구적격은 있되, 합헌이라 하며 청구인들이 청구를 기각하였고, 군인복무규율의 근거법인 군인사법과 ‘불온서적 대책 지시’에 대해서는 청구적격이 없음을 이유로 해당 부분의 청구를 각하하였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군법무관들에 대하여 2008년 10월 23일과 24일에 걸쳐 감찰조사를 군에서 벌인 이후 특별한 징계사유를 찾지 못하게 되자, 국방부는 5개월이 지나고 나서야 아래와 같은 사유를 들어 지영준, 박지웅 법무관에 대하여 파면조치, 한창완 법무관에 대하여 감봉조치, 신성수, 이환범 법무관에 대하여 근신조치, 신종범, 김종수 법무관에 대하여 징계유예조치를 단행했다.

    징계사유는 다음과 같다. (1) 군통수계통을 문란시키고,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군의 위신을 실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으며, (2) 국방부 장관의 적법/정당한 명령을 따르지 않을 의사로 지휘계통을 통한 건의절차를 경유하지 않은 채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이 군의 지휘계통문란, 군기단결을 저해한 법령준수의무(군인사법 제56조 제3호, 군인복무규율 제4조, 제24조) 위반이며, (3) 군인이 대외활동 시에는 국방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함에도 이러한 절차를 경유하지 않고, 직접 또는 대리인을 통해 언론매체에 국방부 조치를 폄하하는 의견을 군 외부에 공표한 행위는 법령준수의무(군인사법 제56조 제3호, 군인복무규율 제17조, 국방홍보훈령 제22조) 위반 및 품위유지의무(군인사법 제56조 제2호, 제3호, 군인복무규율 제9조) 위반이라는 것이다.

    지영준 법무관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은 모두 1심에서는 패소하였다. 하지만 2011년 8월 16일 서울고등법원에서 박지웅 법무관에 대해서도 징계양정의 부당을 이유로 항소 인용되었다. 하지만 다른 법무관에 대한 징계 처분 취소는 모두 징계사유의 존재를 이유로 기각 판결하였다. 2011년 8월 말 4인의 법무관이 대법원에 상고하여 재판 계속 중인 상태이다.

    3) 문제점

    군인사법 제47조의 2는 군인의 복무규율에 관한 사항을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고 이를 모두 군인복무규율에 위임하고 있다. 이는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에 반한다. 또한, 대통령령인 군인복무규율 제16조의 2와 국방부 지시인 ‘불온서적 차단지시’는 양자가 서로 결합하여 군인들이 된 자의 도서 열독권을 침해하고 있다. 우선, 대통령령인 군인복무규율 상의 ‘불온조항’은 정신적 기본권을 제한하는데 있어 적용되는 명확성의 원칙을 준수하지 않았다. 무엇이 불온하고 불온하지 아니하는 것에 대하여 당해 조항만으로 판단할 수가 없어서 ‘불온성’의 판단을 타인에게 의뢰하게 되므로 표현의 자유에서 파생하는 자유권적 정보접근권을 온전하게 유지할 수가 없게 된다. 둘째, 군인이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일반인들이 시중에서 얼마든지 읽을 수 있는 도서를 읽을 수 없다는 것은 차별취급의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이는, 형평에 반하는 것으로 헌법 제11조(평등권)에 위반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셋째, 불온서적으로 지정된 도서가 실제로 군인들의 정신전력을 저해한다는 전제로 군인들의 열독권을 제한함은 행정권인 군상부가 검열의 주체가 되어 군인이 된 혹은 될 자의 열독권을 통제하고, 이를 어길 시에 군인복무규율 제16조의 2를 위반한 것이 되어 군인징계령에 따라 징계절차에 회부할 수 있어 우리 헌법 제21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전검열의 금지원칙에 반한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열독하여 공부할 수 있는 자유를 빼앗은 것인 바, 이는 학문의 자유(헌법 제22조)를 침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에 따라, 군인들은 현재까지 ‘불온서적’으로 지정된 위 23종의 도서를 읽을 수 없음은 물론이다. 도리어 최근에는 기존의 23권의 책을 포함하여 19권을 추가로 불온서적으로 지정함으로써 불온성에 대한 군상부의 자의적인 판단을 전제로 얼마든지 군인의 정보접근권을 침해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나. 군법무관들의 징계와 관련하여

    군법무관들의 헌법소원에 대하여 징계한 사례로서, 헌법소원이 법에서 정한 군인의 권리침해에 대한 권리구제절차로서 군인복무규율에서 예정하고 있음에도, 이를 집단행위로 치부하여 군법무관들을 징계하였다. 징계사유로 등장한, 복종의무, 품위유지의무, 건의절차 미준수, 외부언론접촉 모두 구체화되어 있지 아니하며 자의에 따라 얼마든지 피징계자에게 불리하게 징계처분을 단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첫째, 복종의무 불이행 조항은 구체적인 직무집행 이행지시인 명령에 대한 거부의 의사표시가 있는 경우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나, 상부의 일반적인 ‘명령’인 경우에 불과한 ‘불온서적 지시’에 대하여 불이행의 의사가 아닌 헌법소원 제기를 통한 위헌성 제거에 그 목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복종의무위반으로 보아 징계한 것이다. 둘째, 단체로서의 소송행위를 집단행동으로 보아 이를 처벌함으로써, 권리침해를 이유로 군인들이 소송을 통해 권리구제를 받으려는 행위를 차단하는 소위 ‘위축효과’를 가져왔다. 셋째, 품위유지의무에서 말하는 ‘품위’가 무엇인지에 대하여 불분명하게 명시되어 있어 자의적 해석이 이루어졌다. 외부에 소송이 제기된 사실이 알려진 것 역시 ‘품위유지의무’ 위반의 징계책임을 지게 되었다. 넷째, 위 군인복무규율 제24조에 따르면 의견의 건의는 ‘할 수 있다’로 규정되어 있어서 권리 행사의 재량성이 존재함에도 이를 의무로 해석함으로써 조항의 취지를 완전히 몰각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헌법소원은 군인의 재판청구권과 관련된 것으로 이러한 재판청구권의 행사는 엄연히 헌법에 의해 보장됨에도, 군과 법원이 모두 이를 부정하였다.

    2. 이적표현물 소지 해군사관학교 교수요원 김 모 중위 기소사건

    가. 사건 개요

    2011년 6월 해군사관학교 생도들에게 국사를 가르치는 교수 요원인 김 모 중위가 군검찰에 기소되었다.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고무 등) 제5항의 이적표현물을 소지·복사·반포한 혐의이다. 첨부된 압수증명서에는 <해방전후사의 인식>(1~6권) 등 도서 18권, “조선공산당의 권력 구상과 조선인민공화국”, “북한의 인민민주주의 혁명과 통일전선 정책” 등의 논문 7편이 기록되어 있었다.

    이것은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 소지를 이유로 한 학문의 자유 침해이며, 군 검찰관의 기소행위가 군사법기관이 독립되지 아니하여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다. 군상부의 검찰권 행사 개입, 군사법원의 재판단계에서 군사법기관이 아닌 일반 군인의 사법권 개입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문제라 판단된다.

    3. 국방부 SNS 규제 가이드라인 발표 사건
    가. 관련 법제도
    군인복무규율
    제17조 (대외발표 및 활동) ① 군인이 국방 및 군사에 관한 사항을 군 외부에 발표하거나, 군을 대표하여 또는 군인의 신분으로 대외활동을 하고자 할 때에는 국방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순수한 학술·문화·체육 등의 분야에서 개인적으로 대외활동을 하는 경우로서 일과에 지장이 없는 때에는 예외로 한다.
    나. 사건 개요

    2012년 1월 31일 국방부가 「군 장병 활용 가이드라인」을 발간하여 전군 중대급에 배포하였다. 내용 중 “사회적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글을 작성·게시하거나 불필요한 논쟁에 참여하지 말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 문제점

    “사회적 논란”이라는 내용 자체가 모호하고 추상적이다. 군인이라고 하여 사회적 논쟁의 대상이 된 사건에 대하여 견해를 밝힐 수 없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애매하고 자의적인 기준을 설정함으로써 군 당국이 장병의 표현의 자유를 멋대로 규제할 우려가 있다.

    4. 상관모욕죄 및 초병모욕죄 조항

    가. 관련 법제도
    군형법

    제64조 (상관 모욕 등)

    • ① 상관을 그 면전에서 모욕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 ② 문서, 도화(圖畵) 또는 우상(偶像)을 공시(公示)하거나 연설 또는 그 밖의 공연(公然)한 방법으로 상관을 모욕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 ③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상관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 ④ 공연히 거짓 사실을 적시하여 상관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전문개정 2009.11.2]
    나. 문제점

    상명하복의 군기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군형법상 상관 모욕에 대해서는 형법상의 명예훼손죄나 모욕죄보다 가중 처벌한다. 직무상 혹은 사적인 자리를 막론하고 상관에 대한 하급자들의 정당한 이의제기가 있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이의제기에 대하여 상관 모욕죄 조항을 이용하여 처벌할 수 있다는 데 이 조항의 문제점이 있다.

    Ⅳ. 개선방향: 정책과제

    1. 군인복무규율의 폐지와 군인 기본법의 제정

    2007년, ‘국방개혁 2020’안중 군인 인권 향상 방안의 하나로 군인복무기본법이 논의되었다. 다만, 국방부가 제시한 군인복무기본법은 대통령령인 군인복무규율을 법률로 승격시킨 것에 불과하여 실질적인 변화가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나치게 경직된 군인의 복무상 의무와 관련된 사항을 규율할 뿐, 헌법상의 기본권 보장과 이행방안에 대하여는 전혀 반영되고 있지 않았다. 따라서 군인의 기본권과 관련된 입법·사법·행정영역에서 일반인과의 차별적 취급이 가해지고 있는 현실에 대한 대안을 제공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는 물론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군인복무기본법이 아닌 군인의 기본권 보장과 그 한계를 명시한 군인기본법의 제정을 요청한 바 있다. 표현의 자유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은 구체적인 법제도의 도입을 제안한다.

    가. 군인의 인권 일반과 관련하여

    군인의 복무에 관하여 백지위임한 군인사법 제47조의2를 폐지하고, 새로이 군인기본법 제정 시, 군인은 ‘제복 입은 시민’으로서 일반시민과 동일한 자유와 권리의 주체가 되며 이것이 불가침의 권리라는 점을 확인하고, 군사임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또한, 이것이 불가침의 권리라는 점을 확인하는 조항을 명시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나. 군인의 정보접근권 및 일반적 표현의 자유와 관련하여
    1) 군인의 정보접근권과 관련한 포괄적 허용, 예외적 금지 조항 도입

    군인복무규율 제16조의2는 ‘불온표현물’에 대한 사전검열로 작용하여 군인의 정보접근권을 제한하는 포괄적 금지조항으로 악용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폐지하고 군인들의 정보수령에 있어서 제한 없이 허용하되, 이를 예외적으로 시간, 장소, 방법의 규율을 두어 제한하는 것으로 정해야 한다.

    <예시>
    군인기본법 제 조 (정보수령의 자유)

    • ① 모든 군인은 정치·경제·사회ㆍ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정치적 견해를 지닌 매체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아야 하며, 신문, 잡지, 도서의 열람, 방송청취, 기타 정보통신매체에 접근함에 있어 검열이나 사전제한을 받지 아니한다.
    • ② 군인은 통신의 자유를 가진다. 다만 부대의 소재, 부대이동, 편성 및 군인사 등 군사보안에 저촉되는 사항을 전기통신수단을 이용하여 교신하거나 우편물·정보통신망에 기재하여서는 아니 된다. 군인의 통신 방법과 시간 등 제한의 세부적 사항에 관하여는 신분, 수행업무 기타 제반 사항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2) 군인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현행 군인복무규율 및 언론홍보규정의 폐지, 군인복무기본법내에 일반적인 표현의 자유 조항 도입

    군인의 일반적인 언론·출판의 자유를 보장하고, 직무시간 이외의 공개적인 토론의 자유는 보장할 것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제한의 가이드라인으로 국방 및 군사에 관하여 직무상 혹은 직무와 관련 없이 알게 된 군사기밀로 보고사항을 제한하면 될 것이다.

    <예시>
    군인기본법 제 조 (언론·출판의 자유 등)

    • ① 모든 군인은 언론·출판의 자유를 가진다. 직무시간 이외의 공개적인 토론의 자유는 인정된다.
    • ② 군인은 국방 및 군사에 관하여 직무상 취득한 혹은 직무와 관련 없이 알게 된 군사기밀보호법에서 정하는 군사상 1급, 2급, 3급 비밀, 대외비로 정하는 중요한 사항을 군 외부에 발표하거나 출판하는 경우에는 국방부장관에게 발표 또는 출판물을 사전에 신고하거나 사후에 제출하여야 한다.
    다. 군인의 집회·결사의 자유와 관련하여

    군인의 집회·결사의 자유를 제한하는 현행 군인복무규율상의 집단행동 금지조항을 폐지하고 군인기본법에서 일반적인 집회·결사의 자유를 원칙적으로 보장하되, 예외적으로 이를 제한할 수 있는 사유를 법정화할 필요가 있다.

    현행 군인복무규율은 군인의 모든 정치적·사회적 집회, 결사행위에 대한 참여를 금지하고 있다. 이는 군인들의 일반적인 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조항으로 악용되고 있다. 군인에게 일반적인 집회·결사의 자유와 단결권과 단체교섭권까지는 충분히 인정되어야 한다(단, 단체행동권은 군인 직무의 특수성상 인정받기 곤란할 것이다).

    따라서 집회·결사의 자유와 직장협의회 수준의 단체가입은 허용하되, 군무에 영향을 줄 목적의 단체를 결성하거나 단체행동을 하는 행위 혹은 종적으로 계열화된 임관구분 단체결성(예, 하나회)은 금지하는 조항을 도입하도록 한다.

    2. 군인의 비위행위에 대한 징계 책임규정의 명확화

    가. 군인복무규율상의 명령·복종 조항을 군인기본법에 포함하고 내용을 명확히 한다.

    상관에 대한 명령·복종 조항은 조항의 불명확성을 이유로 손쉽게 부하에 대한 처벌도구로 악용될수 있다. 따라서 상관의 적법한 직무상 명령에만 부하가 복종할 의무가 있으며, 부하의 의견 개진권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위법한 직무상 혹은 일반 명령에 대해서는 부하는 이를 거부할 권리가 있음도 규정되어야 한다. 이 외에도, 상관의 명령에 위법성의 의심이 제기될 때에는, 법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서 소송상 또는 소송 외로 시정을 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하에게 부여하고, 위법한 명령에 대한 불복종을 이유로 한 상관의 처벌 시도가 있을 때에 이를 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나. 군인복무규율상의 품위유지의무 위반 조항을 폐지하고, 직무상 윤리에 관련된 일반적인 규정을 도입하고 그 내용을 명확히 한다.

    품위유지의무 조항은 군인들의 비위행위에 대하여 그 경중에 대한 상관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서 이를 처벌하는 조항으로 악용되고 있다. 이는 삭제해야 한다. 상관의 부하에 대한 직무감독책임, 배려의무, 상관과 부하 모두 직무상 발언에 대한 신중한 책임의식을 규정하는 조항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 규정이 직무상 책임을 문책하기 위한 규정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될 뿐만 아니라, 경징계 이상의 문책을 위한 징계규정으로 사용될 수 없음을 법문에 명시해야 한다.

    3. 군형법상 상관모욕죄의 비범죄화

    민간사회영역에서의 모욕죄의 비범죄화 논의와 마찬가지로, 군도 모욕죄의 비범죄화를 함께 논의하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위계질서 유지 등 군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징계처벌로 그 수위를 낮추는 방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4. 다양한 고충처리절차의 마련

    군인의 고충을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고충처리 절차가 마련되어야 한다. 군인이 자유롭게 인권문제를 상담하거나 인권침해 진정을 제기할 수 있는 외부 상설기관이 있어야 하며, 이 기관은 진정을 접수받을 뿐만 아니라, 정보요구권, 문서접근권, 부대방문권 등을 부여받아 인권침해 사건을 조사하는 권한이 있어야 한다. 기존의 국민권익위원회나 국가인권위원회로는 이 기능을 충분히 수행할 수 없으며, 독일식 국방감독관제도 등을 참고하여 군옴부즈맨을 설치하는 것도 고려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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