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에 근거한 ‘혐오적 표현’에 대한 규제 -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자

  • 현황 및 문제점

    표현의 자유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가치이지만, 모든 표현이 허용되지는 않는다. 서구에서는 인종, 종교, 젠더, 연령, 장애, 성적 지향 등을 근거로 하여, 선동·모욕·조롱·위협하는 발언으로 개인 또는 집단을 공격하고 혐오를 조장하는 ‘혐오발언’(hate speech)을 규제해 왔다. 한국에서도 혐오 표현이 문제되기 시작하였으며, 이에 대한 적절한 대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

    외국인 혐오

    국내 체류 외국인은 2011년 3월 기준 2012년 1월 기준 1,369,347명으로 우리나라 인구 2%를 넘는다. 그러나 국내에서 일어나는 외국인 혐오와 인종차별은 정부의 안이한 대응과 우리 사회의 인식 부족 탓에 점점 확산하는 추세이다. 2010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인터넷에서의 인종적 표현 관련 모니터링’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를 외국인이 일으키고 있는 것이라고 선동하면서 인터넷 이용자들의 정서적 반응에 호소하고 이들로 하여금 폭력적 행위를 하도록 선동하는 표현들은 적지 않게 발견되었다”고 한다. 이에 2011년 4월 국가인권위원회는 법무부장관과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에 “인터넷상의 인종차별적 표현을 개선하기 위한 의견표명”을 하였다.

    성소수자 혐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인 발언이나 혐오발언이 사회 전체에서 매우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특히 2010년 차별금지법 제정 움직임 이후로 호모포비아 단체가 만들어져 혐오를 선동하고 있다. 언론에서도 동성애 혐오적인 보도가 이루어져 왔으며, 법원 판결이나 공직자 발언에서도 혐오적인 표현을 찾아볼 수 있다.

    정책제안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여, 혐오적 표현이 차별임을 명확히 한다. 또한 관련 사안에 대해 차별시정기구가 조사를 하고 조정, 화해, 시정권고 등 비사법적 구제를 제공하도록 한다.

    차별에 근거한 ‘혐오적 표현’에 대한 규제

    I. 문제제기

    표현의 자유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가치이지만, 모든 표현이 허용되어야 하는지는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공격적인 표현도 허용해야 하는지의 문제이다. 우리가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고자 한 것은 인간의 자유로운 의사와 표현이 민주사회의 기본적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사회적 소수자를 위협하고 차별을 조장하는 발언이 오히려 소수자를 사회에서 배제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면, 이것조차도 표현의 자유로 인정할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면서도, 예외적으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표현은 제재해야 한다는 입장이 가능할 것인지가 문제가 된다.

    이 문제는 서구에서 이른바 “혐오발언”(hate speech)의 문제로 다뤄져 왔다. 혐오발언이란 인종, 종교, 젠더, 연령, 장애, 성적 지향 등을 근거로 하여, 선동적(inflammatory), 모욕적(insulting), 조롱하는(derisive), 위협하는 발언으로 개인 또는 집단을 공격하고 혐오를 조장하는 것을 말한다. 서구에서는 대부분 이러한 표현에는 관용을 베풀 수 없다고 보고, 규제하는 법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주민들의 숫자가 증가하고, 동성애자들의 커밍아웃이 확대되는 등 혐오적 표현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적절한 대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대두될 전망이다.

    II. 국제인권기준

    1. 국제인권규범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20조 2항
    차별, 적의, 폭력을 선동하는 민족적, 인종적, 종교적 증오의 고취는 법률로써 금지된다.

    인종차별철폐협약

    제4조 체약국은 어떤 인종이나 특정 피부색 또는 특정 종족의 기원을 가진 인간의 집단이 우수하다는 관념이나 이론에 근거를 두고 있거나 또는 어떠한 형태로든 인종적 증오와 차별을 정당화하거나 증진시키려고 시도하는 모든 선전과 모든 조직을 규탄하며 또한 체약국은 이같은 차별을 위한 모든 고무 또는 행위를 근절시키기 위한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의무를 지며 이 목적을 위하여 세계인권선언에 구현된 제 원칙 및 이 협약 제5조에 명시적으로 언급된 제 권리와 관련하여 특히 체약국은

    • (a) 인종적 우월성이나 증오, 인종차별에 대한 고무에 근거를 둔 모든 관념의 보급 그리고 피부색이나 또는 종족의 기원이 상이한 인종이나 또는 인간의 집단에 대한 폭력행위나 폭력행위에 대한 고무를 의법처벌해야 하는 범죄로 선언하고 또한 재정적 지원을 포함하여 인종주의자의 활동에 대한 어떠한 원조의 제공도 의법처벌해야 하는 범죄로 선언한다.
    • (b) 인종차별을 촉진하고 고무하는 조직과 조직적 및 기타 모든 선전활동을 불법으로 선언하고 금지시킨다. 그리고 이러한 조직이나 활동에의 참여를 의법처벌하는 범죄로 인정한다.
    • (c) 국가 또는 지방의 공공기관이나 또는 공공단체가 인종차별을 촉진시키거나 또는 고무하는 것을 허용하지 아니한다.컴퓨터를 통한 인종주의, 외국인 증오적 행위의 처벌에 관한 사이버범죄에 관한 협약의 추가의정서
    제2조(정의)
    • 1. 이 의정서의 목적에 따라, “인종주의적이고 외국인 증오적인 자료”라 함은 인종, 피부색, 조상, 국가적 또는 인종적 기원을 근거로(그리고 이들 특징의 구실로 이용되는 경우에는 종교를 근거로 한 경우를 포함한다) 한, 어떤 개인이나 개인의 집단에 대한 증오, 차별 또는 폭력을 주창, 신장 또는 선동하는 모든 서면 자료, 모든 영상 또는 기타 사상이나 이론들의 표명을 말한다.
    • 2. 이 의정서에서 사용되는 용어와 표현들은 협약에서 해석되는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제3조(컴퓨터시스템을 통한 인종주의적이고 외국인증오적 자료의 유포)
    • 1. 각 당사국은 컴퓨터시스템을 통하여 인종주의적이고 외국인 증오적인 자료를 공중에게 배호하거나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행위가 정당한 권리 없이 의도적으로 저질러 진 경우에 국내법상 형사범죄로 정하는 데 필요한 입법 기타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 2. 각 당사국은 제1항에 규정된 행위가, 그 자료가 제2조 제1항에 따라 증오나 폭력과 연결되지 않은 차별을 주창, 신장, 선동하는 것일 경우에는, 다른 효과적 구제가 이용가능한 경우에는 형사책임을 부과하지 않을 권리를 보유한다.
    • 3. 제2항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각 당사국은 표현의 자유에 관한 국내법체계에서 확립된 원칙으로 인하여 제2항에 규정된 바에 따라 효과적인 구제를 제공할 수 없는 차별의 경우에는 제1항을 적용하지 않을 권리를 보유한다.
    제4조(인종주의적이고 외국인 증오적 동기를 가진 위협)

    각 당사국은 국내법상 정해진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면서, 컴퓨터시스템을 통하여 정당한 권리 없이 의도적으로 다음 각호의 사람을 위협하는 것을 국내법상 형사범죄로 정하는 데 필요한 입법 기타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 (i) 사람들이 인종, 피부색, 조상, 국가적 또는 인종적 기원((그리고 이들 특징의 구실로 이용되는 경우에는 종교를 근거로 한 경우를 포함한다)에 의해 구분되는 어떤 집단에 속한다는 이유로 사람들을 위협하는 것. 또는 (ii) 이들 특징들의 어떤 것에 의해 구분되는 사람의 집단을 위협하는 것.
    제5조(인종주의적이고 외국인 증오적 동기를 가진 모욕)
    • 1. 각 당사국은 다음 각호의 행위가 정당한 권리 없이 의도적으로 저질러지는 경우 국내법상 형사범죄로 정하는 데 필요한 입법 기타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 (i) 사람들이 인종, 피부색, 조상, 국가적 또는 인종적 기원(그리고 이들 특징의 구실로 이용되는 경우에는 종교를 근거로 한 경우를 포함한다)에 의해 구분되는 어떤 집단에 속한다는 이유로 사람들을 공개적으로 모욕하는 것. 또는 (ii) 이들 특징들의 어떤 것에 의해 구분되는 사람의 집단을 공개적으로 모욕하는 것.
    • 2. 각 당사국은
      • a. 제1항에 규정된 행위가 제1항에 건급된 사람이나 사람의 집단이 증오, 경멸, 또는 조소에 노출되는 결과를 가질 것을 요구하거나,
      • b. 제1항의 규정을 전부 또는 일부 적용하지 않을 권리를 보유한다.
    제6조(집단학살 또는 인도에 반하는 범죄들의 부정, 총체적 경시(gross minimisation), 승인 또는 정당화)
    • 1. 각 당사국은 다음 행위가 정당한 권리 없이 의도적으로 저질러지는 경우 국내법상 형사범죄로 정하는 데 필요한 입법 기타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 국제법에 의해 정의되고 1948년 4월 8일 런던협정에 의해 설치된 국제국사법원이나 기타 관련 국제규범에 의해 설치된 국제법원으로서 상사국이 그 관할권을 인정한 법원의 최종적이고 구속력있는 판결에 의하여 승인된 집단학살 또는 인도에 반하는 범죄를 구성하는 행위들을 부정하거나, 총체적으로 경시하거나 승인하거나 정당화하는 자료를 컴퓨터 시스템을 통하여 공중에게 배포하거나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
    • 2. 당사국은
      • a. 제1항에 규정된 부정이나 총체적 경시가 인종, 피부색, 조상, 국가적 또는 인종적 기원을 근거로(그리고 이들 특징의 구실로 이용되는 경우에는 종교를 근거로 한 경우를 포함한다) 개인 또는 개인의 집단에 대한 증오, 차별 또는 폭력을 선동할 의도로 저질러졌을 것을 요구하거나,
      • b. 제1항의 규정을 전부 또는 일부 적용하지 않을 권리를 보유한다.
    제7조(교사 및 방조)
    • 1. 각 당사국은 정당한 권리 없이 의도적으로 이 의정서에 따라 확립된 범죄를 교사 또는 방조하는 경우로서 그러한 범죄를 저지른다는 고의를 가지고 하는 경우를 국내법상 형사범죄로 정하는 데 필요한 입법 기타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미주인권협약 제13조(사상과 표현의 자유)
    • 5. 전쟁의 선전과 인종, 피부색, 종교, 언어 또는 민족적 출신을 이유로 사람 또는 집단에 대하여 불법적인 폭력 또는 기타 유사한 행동을 선동하는 민족적, 인종적, 또는 종교적인 증오의 주장은 법률에 의하여 처벌되는 범죄로 간주되어야 한다.국제인권규범에서는 원칙적으로 혐오발언은 표현의 자유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 기본적인 합의가 되어 있다.

    위에서 언급한 국제조약 이외에도 ‘인종주의, 인종차별, 외국인혐오 및 이와 관련된 불관용 철폐를 위한 세계회의’가 채택한 더반선언문17에서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에 대해 국가, 지역, 및 국가차원에서 예방 교육 보호를 위한 행동규범이나 자율규제와 같은 정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였다(144문단). 또한, Article 19의 캄덴원칙도 ‘차별을 조장하거나 평등과 문화 간 이해를 해치는 발언’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공식적 행위 규범에 명기하도록 의무화할 것과(원칙 8) 표현의 자유와 혐오적 표현에 대해서도 ‘차별과 적대감 또는 폭력 선동을 구성하는 혐오를 금지하는 법률’을 채택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원칙 12).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혐오적 표현은 기본적으로 인종, 종교, 성적지향 등과 관련한 소수자에 대한 ‘차별’에 근거하며, 이들에 대한 증오와 적의를 드러내거나 선동하는 것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혐오적 표현에 대해 어떠한 방식이든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국제기구의 한국에 대한 권고

    국제기구에서는 위와 같은 국제규범에 따라 한국에 몇 차례 권고를 한 바 있다. 2007년 8월 17일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한국정부가 제출한 제11차, 12차 인종차별철폐협약 이행 보고서에 대한 심의결과로 “단일 민족성을 강조하는 한국정부의 태도, 이주노동자와 타 인종 간 결혼으로 태어난 어린이 등에 대한 폭넓은 사회적 차별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또한 한국정부에 대해 “헌법상 추상적으로 규정된 인종에 기초한 차별 금지를 헌법에 더욱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특히 인종적인 동기에서 초래된 형사범죄를 금지, 처벌하는 내용의 특별 입법을 하도록 권고”했다.

    III. 인권상황평가: 실태와 문제점

    1. 혐오적 표현의 현실과 문제점

    가. 외국인 혐오
    국내 체류 외국인은 2011년 3월 기준 2012년 1월 기준 1,369,347명18으로 우리나라 인구 2%를 넘는다. 그러나 국내에서 일어나는 외국인 혐오와 인종차별은 정부의 안이한 대응과 우리 사회의 인식 부족 탓에 점점 확산하는 추세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외국인 혐오는 이주노동자, 결혼이주여성문제와 다문화사회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면서 이주노동자는 불법체류자 또는 범죄를 일으키는 집단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정책 비판을 넘어서 특정국가나 특정종교 집단 전체에 대한 혐오로 확대되고 있다. 인터넷상 ‘외국인노동대책시민연대’, ‘외국인범죄척결국민연대‘, ‘다문화정책반대 카페’ 등에서 나타나는 외국인 혐오 게시글이나 포털 사이트, 인터넷신문기사 댓글에서 나타나는 인종차별을 조장하는 표현이 위험수준에 이르고 있다.

    2010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인터넷에서의 인종적 표현 관련 모니터링’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를 외국인이 일으키고 있는 것이라고 선동하면서 인터넷 이용자들의 정서적 반응에 호소하고 이들로 하여금 폭력적 행위를 하도록 선동하는 표현들은 적지 않게 발견되었다”고 한다. 구체적인 내용으로 “인종적 우월성(순혈주의) 관점”, “위협적 존재로서의 외국인에 대한 증오감 표출”, “인종을 근거로 외국인을 비하 또는 희화화한 사례”, “인종차별을 정당화하거나 증진하려는 사례”를 꼽고 있다. 또한, 주요 인터넷 포털에 특정 이슬람 국가 이주민들의 국내 유입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의 글과 국내 체류 화교에 대한 테러를 가해야 한다는 선동적 문구도 조사되었다.

    “G20회의장 반경 2km이내에는 무슬림애덜 접근 금지시켜한다. 혹시나 모를 테러를 대비해서 접근시 전원사살 해버려라.”
    “한국 내 서열순위가 불체자>한국인 인거 같습니다. 이게 다 KKK단 같은 인종청소주의자들이 없어서입니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2011년 4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인터넷상의 인종차별적 표현을 개선하기 위한 의견표명”을 한 바 있다. 법무부 장관에게 ‘외국인정책기본계획에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협약」에서 체약국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는 ‘인종 간의 이해증진을 위한 정책’이 포함되도록 하고, 구체적으로 인터넷상의 인종차별적 표현에 대한 개선방안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하였으며,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이사회 의장에게는 ‘인터넷상에서 인종을 차별하거나 이를 조장하는 표현물이 유통되지 않도록 자율적 규제를 하도록 노력하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이처럼 국내의 인종차별 관련 의식과 제도가 사회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며 인종차별이 점점 확대됨에 따라 인종차별은 우리 사회의 큰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외국인 혐오, 인종차별을 조장하는 문제에 대한 제도적 대응이 시급하다.

    한편, 이명박 정부는 2008~2012년 [제1차 외국인정책기본계획]에서 재원 투자 규모는 약 6,127억 원으로 추계했지만, 그 중 인권옹호 분야는 213억 원으로 3.4%에 불과한 수준이다. 또한, 법무부는 2011년 2월부터 국가안보를 이유로 “외국인의 귀화 심사 시 자유민주주의 체제 인정 서약서 징구”를 하겠
    다고 발표하며 오히려 인종차별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나. 성소수자 혐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인 발언이나 혐오발언은 사회 전체에서 매우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그릇된 의식을 바탕으로 차별적/혐오적인 발언이라는 것을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고 본다. 특히 2010년 차별금지법 제정 움직임 이후로 ‘바른 성문화를 위한 국민연합’, ‘동성애반대 국민본부’ 등의 호모포비아 단체가 만들어져 혐오를 선동하고 있다.

    “며느리가 남자라니 웬 말이냐”
    “<인생은 아름다워> 보고 게이 된 내 아들 AIDS로 죽으면 SBS 책임져라”
    “학생인권조례 허용하면 의원님 자손은 끝납니다. 남자 며느리 보게 될걸요” “동성애 허용, 창궐하는 AIDS” “엄마 나 오늘 학교에서 항문성교 배웠어”

    이 단체들은 이런 문구가 쓰인 피켓을 성소수자 단체의 시위 현장에 지참하고 나와 노골적인 혐오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언론도 다르지 않다. 보수 기독교 계열의 신문에서 주창하는 동성애 혐오 기사 외에도 일반 일간지에서도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적인 발언은 여과 없이 ‘표현의 자유’라는 명목으로 기사화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금지를 권고하고 있지만 동성애는 우리 사회에서 아직 금기(禁忌)에 가깝다. 사회에서도 정리되지 않은 사안을 학교에서 먼저 성급하게 허용하는 것은 심각한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
    “일부 동성애자들도 청소년들 사이에서 동성애가 확산되고 있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헌법재판소 판결이나 공공문서나 공직자 발언 등에서도 이러한 혐오발언이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계간에 이르지 아니한 동성애 성행위 등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성적만족행위로서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침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조례안 제5조 제1항의 임신 또는 출산,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는 규정 중 ‘성적 지향’은 서울특별시교육청 생활지도정책자문위원회 공청회에서 발표한 시안에도 논란 끝에 제외되었던 규정으로 성 가치관이 확립되지 않은 청소년에게 그릇된 성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음.”
    “인간은 남녀가 결합해서 서로 사는 것이 정상이죠. 그래서 동성애는 반대입장이지요.”
    “동성애를 허용하게 되면, 동방의 빛, 동방의 순수한 우리 백의민족을 에이즈로서 파탄국가로 만들 것입니다. 학교가 불치의 병인 에이즈의 온상이 되면 학생들은 공포의 학교를 다니게 될 것입니다. 백의민족 대한민국은 미래가 없게 됩니다.”

    일상생활에서도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발언이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경우가 자주 관찰된다.

    “성소수자를 꺼려하는 학우들이 많이 있습니다. 성소수자가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기 때문에 LGBT인권위 설립은 반사회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소수자의 존재가 드러나기 이전에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발언도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성소수자들이 커밍아웃을 하고 커뮤니티를 결성하는 등의 사회적 활동을 시작하자, 이에 대한 혐오발언도 점점 증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 국내 입법 현황

    현재 혐오 발언을 규제할 수 있는 법과 제도는 없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인종차별 발언에 대한 규제가 있었는데, 이것은 ‘모욕죄’에 의한 것이었다(형법 제311조). 모욕죄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되어 있다(친고죄). 모욕죄는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여 개인의 감정에 상처를 입히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 구성요건이 매우 모호하여 폐지하자는 주장이 유력하며, 또 설사 이것으로 혐오적 표현을 규제한다고 해도 그 범위가 지극히 협소하다는 문제가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혐오적 표현을 모욕죄로 처벌한 한 건의 사례가 있다.

    지난 2009년 인도인 후세인은 버스에서 한국인 박 모 씨가 “you Arab, you Arab!”, “너 냄새 나, 이 더러운 xx야”, “fuck you fuck you” 등의 욕설을 듣고, 분노하여 결국 그 박 모 씨를 형사고소 하였다. 인종차별적 발언을 규제하는 별도의 법규가 없는 한국에서는 박 모 씨를 형법상 ‘모욕죄’로 처벌하였다(벌금 100만원). 재판부는 “당시 상황을 고려해 볼 때 피고인이 특정 종교나 국정의 외국인을 혐오하는 듯한 발언을 해 피해자에게 모욕감을 느끼게 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인권단체들은 “2008 표현의 자유 선언”에서 “위와 같은 표현의 자유는 전쟁의 선동, 인종주의의 선동, 소수자에 대한 차별 선동 등 반인권적 표현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 인권에 반하는 표현의 자유는 해당 관련자에 대한 폭력을 낳을 수 있음을 우리는 우려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제출되어 있는 차별금지법(안)에도 혐오적 표현에 대한 규제가 포함되어 있다 “정부 차별금지법안(2007)” 제3조(금지대상 차별의 범위) 제1항에는 “이 법에서 차별이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 또는 경우를 말한다. … 3. 성별 등을 이유로 신체적 고통을 가하거나 수치심, 모욕감, 두려움 등 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 4.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등을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분리·구별·제한·배제 등 불리한 대우를 표시하거나 조장하는 광고행위 …”라고 되어 있고, 국가인권위원회가 2000년 제시한 “차별금지법(안)” 제2조(금지대상 차별의 범위)에는 “③ 성별, 장애, 인종, 출신국가, 출신민족, 피부색,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괴롭힘은 차별로 본다. ④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분리·구별·제한·배제나 불리한 대우를 표시하거나 조장하는 광고행위는 이 법에서 금지한 차별로 본다.”고 되어 있다. 2008년 <차별금지법의 올바른 제정을 위한 반차별 공동행동(준)>의“차별금지법안” 제3조(차별의 범위)에는 “① 이 법에서 차별이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 또는 경우를 말한다. … 3. 성별, 인종, 피부색, 출신민족, 장애를 이유로 신체적 고통을 가하거나 수치심, 모욕감, 두려움 등 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 4.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등을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분리·구별·제한·배제 등 불리한 대우를 표시하거나 조장하는 광고행위”라고 되어 있다.

    IV. 개선방향: 정책제안

    1. 혐오적 표현 찬반 논의

    문제는 결국 ‘표현의 자유’와 ‘평등보호(차별금지)’ 간의 대립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는가에 관한 것이다. 한편으로 혐오적 표현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규제방법을 모색하되, 다른 한편으로 혐오적 표현에 대한 처벌이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론에 효과적으로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먼저 혐오적 표현의 처벌에 대한 찬반논의를 살펴보자.

    가. 혐오적 표현 처벌 옹호론
    1) 가능한 법 규범화

    혐오적 표현 처벌이 충분히 법 규범화될 수 있고 남용 가능성도 없다. ‘극단적(extreme)이고 직접적인 혐오 발언’만을 처벌하는 것이지, 단순히 ‘다른 의견(disagreement)의 표시’까지 처벌하자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전자는 난폭하고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폭력적 발언으로서, 차별 또는 폭력이라는 해악적인 효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하지만 후자는 논쟁의 품위가 있고, 존중받을 수 있는 발언이며, 폭력이나 차별을 직접 조장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전자와 구분된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생기는 모호성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러한 약간의 모호성은 어떤 법체계에서도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다만, 차별적 의견 표시도 사실상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브리지트 바르도의 ‘침묵의 외침’에서 인종 간 결합, 이민, 이슬람교에 반대 의견을 제시한 것도 유죄판결을 받은 바 있다.

    2) 혐오적 표현의 중대한 해악성

    혐오적 표현은 단순히 차별적인 발언의 수준을 넘어서, 피해자에게 심각한 심리적 해악을 가져온다. 특히, 아이를 혐오적 표현으로 피해자로 만드는 아이의 자존감을 빼앗는 등 해악이 매우 크다. 편견과 차별에 기인한 혐오적 표현은 개인(또는 특질을 가진 개인들의 집단)의 정체성을 부정한다. 그러나 개인의 정체성은 개선되거나 변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무시에 대한 경험은 한 인격체 전체의 자기 정체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 파괴적 힘을 갖고 있으며, 개인의 정체성이 집단의 정체성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한 소수집단이나 특정집단의 정체성에 대한 공격은 바로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런 경우 주체에게 발생하는 심리적 훼손이 가능한데, 이러한 무시의 경험은 자기결정과 자기계발을 어렵게 하는 장애물로 작용하며, 사회적 불의 경험의 한 범주를 구성하며, 정체성의 문제뿐 아니라 사회적 정의 훼손의 경험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 또한, 혐오 발언에 대한 반성이 없을 때 혐오는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으며 조직적, 체계적 폭력이 될 수 있다. 개인을 포함하여 특정집단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배제, 구별의 작용을 사회 전체가 인정하게 되며 이 때문에 특정집단의 온전한 삶이 보장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편견은 인식의 차원에 머물러 있지 않고, 편견에 근거한 차별적 행위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사회적 심각성을 지닌다. 편견은 다양한 구성원들로 형성된 사회에서 자주 나타나며, 이러한 편견은 악성적인 집단갈등의 뿌리 깊은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편견은 사회적 맥락에서 존재하며, 문화 안에서 사람들에 의해 공유된다. 그리고 편견은 일종의 태도, 신념과 같이 작용하며, 대인교류 및 집단 간의 교류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집단 간의 교류에서 나타나는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는 상대방 집단과 구성원에 대하여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편견(주로 부정적인)이며, 이 편견이 갈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3) 폭력으로의 확대

    인터넷 게시, 대중연설 등의 경우도 그것이 단순한 위협적이고 괴롭히는 발언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 폭력이나 심지어 제노사이드와 같은 대규모 인권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혐오적 표현은 특정한 대상을 일관되게 겨냥하고 이들의 삶의 가치를 부정하면서 이들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확산시킨다. 혐오적 표현이 지속해서 이루어지면 혐오의 대상이 되는 개인과 집단에 대한 심리적 폭력과 사회적 배제와 낙인을 파생시키며 혐오범죄에 이르기까지 한다. 사회구성원들의 일부 혹은 전체의 삶을 가능하게 하지 않을 정도의 표현행위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며 사회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표현행위가 단지 눈앞에서 폭력을 조장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표현의 자유로 옹호될 수는 없다.

    4) 표현의 자유의 한계

    표현의 자유는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하나의 가치이지만, 이것은 다른 가치(인간존엄, 명예)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표현이라고 해도, 우리 사회의 중요한 가치(예: 평등보호, 차별금지)와 충돌할 때는 이를 규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5) 사상의 자유시장의 허구성

    사상의 자유시장이론은 ‘지향되어야 할 궁극적인 선(진리)은 사상의 자유로운 교환으로 도달될 수 있는 것이며, 진실의 최선의 기준은 자유시장의 경쟁을 통해 그 자체로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상의 자유시장의 이론은 다양한 사상이 자유로운 경쟁이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성립할 것이다. 그러나 그 시장의 진입조차 힘겨운 상황이 존재하고 그 시장으로 진입하는 순간 사회적 존립마저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면 사상의 자유시장은 평등할 수 없으며 경쟁 또한 가능하지 않다. 다수 의견이 언제나 진리일 수 없다는 것은, 권력을 가진 자들은 자신들의 사상과 의견을 설파할 수 있는 수단을 쉽게 소유할 수 있었고 지배 권력의 담론을 주도할 힘을 가지고 있었기에 시대의 주요 사상을 강제할 수 있었던 역사를 통해서,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물론 시간이 흐른 뒤에 소수 의견이 받아들여지고 사회의 인식이 변화하는 예도 있으나 많은 경우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희생이 치러진 이후였다. 과연 소수자에게도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자신의 표현을 자유롭게 드러내는 공정한 시장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는지, 표현행위를 시장의 논리에만 맡길 수 있는지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상의 자유시장은 소수자에게 의미가 없다. 소수자가 다수자의 폭력에 의해서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사상의 자유시장은 의미가 있을 수 없으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적 규제는 불가피하다.

    6) 세계적 보편성

    이미 많은 나라에서 혐오적 표현에 대한 처벌은 보편화돼있다. 미국은 예외에 불과하다(american exceptionalism).

    나. 혐오적 표현 처벌 반대론
    1) 사상의 자유시장론(marketplace of ideas)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대표적인 논리가 바로 ‘사상의 자유시장론’이다. 자유시장에 맡겨 놓으면, 어차피 경쟁력 없는 논리는 퇴출당하기 때문에, 국가가 나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사상과 표현은 논쟁의 문제이고, 문화적, 역사적 토론의 문제일 뿐, 법적 처벌의 대상이 아니라고 보는 견해라고 할수 있다.

    표현에 ‘가치’를 부여하여 ‘보호받을 가치가 없는 표현’을 구분하는 순간,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예를 들어, 혐오적 표현을 금지하는 순간, 보수진영에서 보호받을 가치가 없다고 주장하는 반사회적, 반국가적 표현의 자유를 옹호할 수 있는 논리를 잃게 된다. ‘표현’은 일단 규제하지 않는다는 논리가 깨지게 되면, 우리는 표현의 ‘가치’를 놓고 사사건건 싸움을 벌여야 한다. 그러니까, 결국 “표현의 자유는 무조건 옹호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표현의 자유는 옹호되어야 하지만, 혐오적 표현은 예외다”라고 주장하는 것의 차이이다. 전자는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만 놓고 싸우면 되는 것이지만, 후자를 말하는 순간 그 ‘예외’를 놓고 지난한 싸움이 다시 벌어지게 된다. 예컨대, “동성애자에 대한 혐오는 폐해가 크므로 표현의 자유의 예외다”하고 말하는 순간, “분단국가 한국에선 국가안보가 너무 중요하므로, 국가안보에 위협되는 발언은 표현의 자유의 예외다”라는 주장에 답해야 한다. 그리고 동성애 혐오표현과 국가안보 위협 발언 중 어느 것이 (표현의 자유의 예외가 될 만큼) 중대한 문제냐를 놓고 싸워야 한다. ‘사상의 자유시장론’은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견지할 수 있는 가장 일관되고 강력한 무기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표현의 자유’를 한결같이 옹호해 오면서, 내세웠던 근거들이 무기력해지고, 그 일관성을 상실할 우려가 있으며, 표현의 자유에 오히려 역으로 작용한다. 또한 이것은, 민주적 정당성을 유지하는데 표현의 자유는 필수이며, 토론과 합의를 통해 공동체의 질서를 형성해 나가는 것만큼 정당하고 효율적인 방법은 없다는 견해와도 일맥상통한다.

    2) 명백/현존의 법칙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입장에서 제시한 또 하나의 원칙은 바로 명백/현존의 법칙(clear and present)이다. 어떤 표현도 물리적 폭력이 직접 임박하지 않은 한 처벌되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이다. 그런데 혐오적 표현이 물리적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논리는, 반국가정치세력의 발언이 ‘국가전복행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발언 수준에서 처벌해야 한다는 논리와 다를 바가 없다. 반국가정치세력의 발언이 국가전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증거가 없듯이, 혐오적 표현도 마찬가지다.

    3) 해악의 법칙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또 하나의 원칙은 해악의 원칙(harm principle)이다. 해악이 없으면 국가가규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해악은 단순한 정서적 불쾌감과는 구분되는 물리적이고 직접적인 해악을 말한다. 그런데 혐오적 표현이 과연 이러한 의미에서의 ‘해악’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4) 법 규범화 불가능성

    혐오적 표현과 단순한 의견제시를 구분하기는 극도로 어렵다. 일관된 법적용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를 옹호할 때,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이 모호하다며 위헌을 주장한다. 천안함이나 연평도에 관련된 유언비어도 표현의 자유를 옹호한다. 그런데 과연 혐오적 표현에서 명확한 법규범화가 가능할까? 자칫, 적용범위가 지나치게 축소되어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거나, 또 너무 광범위해서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사실, 가치판단(의견), 혐오적 표현 사이의 구분은 사실상 어렵다. 예를 들어, “흑인은 학업성취가 떨어진다”는 표현은 사실인가 판단인가? “동성애는 신의 섭리에 어긋난다”는 표현은 의견인가 혐오적 표현인가?

    5) 소수자 정치

    소수자이기 때문에 보호받아야 한다는 논리도 설득력이 없다. 먼저, 소수자와 다수자를 기계적으로 구분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그리고 소수자의 문제를 법으로 보호해 주는 것이 더 바람직한지도 의문이다. 법과 같은 ‘큰 정치’보다, 삶의 현장 구석구석에서 소수자들이 스스로 싸워나가는 ‘작은 정치’가 소수자 정치에서 더 필요한 것이 아닐까? 큰 정치(불법화-소송-국가의존)보다는 구체적 삶의 영역에서 싸워나가는 것(‘작은 정치’)이 더 효과적이고 정당하다. 법제화와 처벌을 요구하는 것보다 시민사회에서 힘을 키워나가야 한다. 동성애차별발언을 금지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발언을 할 수 없는 문화적 조건을 창출해야 한다.

    6) 혐오적 표현의 금지 실효성 문제

    혐오발언 금지가 효과적으로 혐오발언 건수를 줄이고, 차별적인 문화를 개선할 거라는 근거는 없다. 오히려 차별적 인식을 수면 아래로 감추고, 더 은밀하고 비열한 차별이 재생산될 수도 있다. 차별적 발언이 금지된다고 차별적 의식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금지하려고 하는 쪽에서 그 효과를 입증해야 한다.

    7) 문화변동의 필요성

    진정한 사회적 실제의 변화는 그것을 불법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관용하지 않는 문화를 만드는 데에 있다. 법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사회가 배워나가야 하고, 그래야 내성이 생긴다. 언어는 언어로 맞받아치고, 이를 정치화하면서 그 해악을 스스로 치유할 수 있다(J. Butler). 국가 형벌은 또 다른 폭력인데, 문제를 폭력으로 대처할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8) 혐오발언 처벌의 부작용

    혐오발언자에 대한 처벌은 정치적 에너지가 소수자 차별의 근본적 문제로 향하는 것을 오히려 저지하기도 한다. 혐오발언자들이 강한 혐오를 하게 된 이유는 사실 다른 문제, 예컨대 경제위기나 사회적 소외에서 비롯되는 것인데,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집중해야 할 에너지가 처벌에 쏠리게 된다. 실제로 한국에서 강한 인종적 혐오를 보이는 집단은 사회에서 소외된 집단이라는 분석이 있다. 예컨대, 노동조건이 열악한 노동자가 그 분노의 화살을 사용자가 아닌 이주노동자에게 돌리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를 혐오적 표현의 처벌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또한 혐오발언자를 처벌하고 나면 문제가 해결된 것 같은 착시현상을 일으키며 오히려 근본적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을 방해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형벌이라는 소극적이고 배제적인 방식보다는 적극적이고, 형성적이고, 생산적인 조치가 더 필요하다.

    9) 차별금지의 부작용

    혐오주의자들이 혐오적 표현을 금지당하면, 억압의 감정을 느끼고 자극받아, 오히려 더 심각한 발언이나 극단적 폭력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래서 차라리 배설하게 내버려두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는 견해가 제시된다. 게다가 가해자를 처벌해도 어차피 ‘교화’가 불가능하며, 순교자를 만들어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10) 차별금지의 역차별

    차별금지가 소수자 집단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때도 있다. 레즈비언의 남성에 대한 혐오, 흑인 민족주의자의 백인에 대한 비난을 과도하게 금지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다수자에 의한 악용 가능성도 있다.

    11) 유럽의 특수성

    유럽에서 인종차별발언을 처벌하는 것은 홀로코스트라는 역사적 현실이 반영되어 있다. 나치의 부활은 어떻게든 막아야겠다는 강력한 사회적 합의가 있는 것이고, 여기에는 이견이 존재하지 않는다. (신나치의 부활은 최근의 예외적 현상) 그러니까 혐오적 표현에 대한 처벌은 오히려 유럽이 예외라는 것이다.

    2. 혐오적 표현에 대한 4가지 입법례

    가. 혐오적 표현 전면 금지와 처벌

    차별적 의견의 제시도 불법화한다. 혐오적 표현의 극도의 해악을 생각하면 당연한 조치이다. 문제는 이것이 과도한 표현의 자유 억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나. 직접적 혐오적 표현만 처벌

    직접적이고 폭력적이고, 분노와 위협을 느끼게 하는 발언에 대해서만 처벌한다. 다수자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허용될 수 있으나, 그것이 소수자의 의견 개진을 억누르고, 소수자에게 심리적인 압박을 주는 수준에 이르지 않는 한 법이 개입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점잖은 의견 개진이 장기적으로는 더 반인권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다. 차별금지법과 차별시정기구에 의한 규제

    차별금지법에 혐오적 표현이 불법임을 명백히 밝히고, 차별시정기구/국가인권위원회의 비사법적 구제로 해결하는 것이다. 자칫 그 구제가 무기력할 수도 있지만, 혐오적 표현이 우리 공동체에서 ‘불법’임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일종의 준거점)에서 의미가 있다. 차별시정기구/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는 혐오적 표현자와 피해자(소수자) 사이에서 혐오발언자를 처벌하지는 못하지만, 소수자가 혐오발언자와 평등하게 대화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일 수 있다.

    라. 혐오적 표현 불처벌

    혐오적 표현이 ‘언어’에 그치는 한 어떠한 법규제도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문제의 해결은 법규제 이외의 방법이 더욱 효과적이고 정당하다는 입장이기도 하다. 이 입장에서는, 극단적이고 해악이 큰 혐오 표현은 민법상 불법행위로 규제할 수 있으므로, 특별한 입법은 필요 없다고 본다. 하지만 혐오적 표현을 무제한으로 허용되는 사회가 정상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극단적인 혐오적 표현은 불법이라고 선언함으로써 ‘준거점’을 마련해줄 필요는 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3. 외국 입법 현황

    유럽에서 대부분은 혐오적 표현을 처벌하고 있다. 유럽에서 혐오적 표현을 처벌하는 나라는 영국,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오스트리아,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스위스, 아이슬란드 등이며, 그 외의 지역에서는 호주,뉴질랜드, 캐나다,남아프리카공화국, 싱가포르, 브라질, 세르비아 등에 처벌법규가 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입법례는 다음과 같다.

    독일 형법 제130조 [국민선동]

    ②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 1. 일부 주민, 민족적·인종적·종교적 집단 또는 민족성에 의하여 분류된 집단에 대한 증오심을 선동하거나, 일부 주민 또는 위 집단을 모욕 또는 악의로 비방하거나 허위사실에 의하여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을 침해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는 문서(제11조 제3항)에 관하여 다음 a)내지 d)의 행위를 한 자
      • a) 반포 행위
      • b) 공연히 전시, 게시, 상영하거나 기타 그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행위
      • c) 18세 미만자에게 제공, 양여하거나 기타 그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행위
      • d) 위 문서 또는 이를 통하여 취득한 정보를 a) 내지 c)에 의한 방법으로 사용하거나 타인의 사용을 가능하게 하기 위하여 제조, 취득, 인도, 보관, 공여, 광고, 선전, 수입 또는 수출하는 행위
    • 2. 제1호에 기재한 내용물을 방송을 통하여 반포한 자
      • ③ 국가사회주의(나찌당) 지배 하에서 범하여진 제220조의 a 제1항의 행위(집단살해)를 공공의 평온을 교란하기에 적합한 방법으로 공연히 또는 집회중에 찬양, 부인, 고무한 자는 5년 이하 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 ④ 제2항은 제3항에 기재한 내용의 문서(제11조 제3항)에도 준용한다.
      • ⑤ 제2항 및 제3의 경우에는 제86조 제3항을 준용하며, 제4항과 관련하여 제2항을 적용하는 경우에도 이를 준용한다.
    오스트리아 형법 제283조 (선동)
    • ① 공연히 치안을 위태롭게 하는 방법으로 국내에 존재하는 교회 또는 종교공동체에 대하여 또는 그러한 교회 또는 종교공동체, 일정한 인종, 민족, 민족적 기원, 국적을 통해 구별되는 집단에 대하여 적대적 행위를 선동하거나 교사한 자는 1년 이하의 자유형에 처한다.
    • ② 제1항에 속하는 집단에 대항하여 공연히 선동하거나 인간 존엄을 침해하는 방법으로 이러한 집단을 중상하거나 비방하려는 자도 동일한 형에 처한다.

    한편, 미국은 혐오적 표현의 처벌이 표현의 자유와 충돌한다는 이유로 입법적으로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으나, 회사, 노조, 대학에서는 발언 강령(speech code)을 제정하여 증오적 표현을 규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강령이 위헌인지를 놓고 계속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의 규제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바로 이른바 스코키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연방법원은 신나치주의자들의 시위를 허용하는 판결을 내렸다. 백인 우월주의자단체인 KKK의 인종차별적 발언도 연방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고, 백인 청년이 흑인 가정의 울타리 안에서 십자가에 불을 지른 사건에서도 연방대법원은 이것을 처벌한 조례가 위헌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미국 민권법(1964: Title Ⅶ of the Civil Rights Act) 제7장은 인종, 피부색, 종교, 성별, 출신국가, 장애, 연령 등 금지된 차별사유에 근거한 괴롭힘을 금지하고 있고, 미국 고용기회평등위원회(EEOC)에서는 고용기회의 평등과 고용주의 책임(차별적 내용이 담긴 광고물의 인쇄 또는 출판 금지) 등을 규제한다. 또한 “모욕적인 언어나 제스처에 의해 폭력적 반응을 일으키려고 하는 방법으로 다른 사람을 공개적으로 모욕한 경우”(오레곤 주법 Or. Rev. Stat $ 166.065.1(a)(B)(2007))를 처벌한 사례가 있다.

    4. 대안: 혐오적 표현을 규제하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위의 찬반 논의를 고려해볼 때, ‘차별금지법’을 통해 혐오적 표현을 규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혐오적 표현이 갖는 심각성을 고려할 때, 이에 대해 아무런 입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이는 세계적인 추세하고도 부합하지 않는다. 반면 혐오발언에 대한 형사처벌은 여러 가지 한계와 부작용을 가지고 있고, 무엇보다 표현의 자유 옹호의 일관성을 해친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혐오발언이 ‘차별’임을 분명히 하되, 그 해악의 치유는 법적 강제가 아닌 ‘비사법적 구제’(non-judicial remedies)를 통해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여, 혐오적 표현이 차별임을 명확히 하고, 관련 사안에 대해 차별시정기구(현재의 국가인권위원회 또는 별도의 차별시정기구)가 조사하고 적절한 비사법적 구제(조정, 화해, 시정권고 등)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것은 형사처벌보다 더욱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고, 엄격한 형법 구성요건의 제한을 받지 않고 광범위한 문제영역을 포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편, 혐오적 표현을 넘어서는 직접적인 위협에 대해서는 폭행죄, 협박죄 등 기존 형법으로도 처벌할 수 있으며, 혐오적 표현이 차별로 이어져서 손해가 발생(승진 누락, 채용 기피 등)하면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으로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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