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법 외의 법률로 집회·시위의 자유 제한 - 꼼수가 없도록 법률들을 손보자

  • 현황 및 문제점

    최근 집회·시위를 규제하기 위하여 집시법 외의 법률이 동원되는 사례가 증가해 왔다. 특히 일반교통방해죄가 집회·시위 단순 참가자를 체포하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되는가 하면, 유인물 배포나 퍼포먼스를 단속하기 위해 경범죄처벌법을 적용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집회·시위 참가자를 체포하기 위해 동원되는 일반교통방해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에 따르면 촛불집회에 참가한 것을 이유로 기소되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 중 88%에 이르는 551명이 집시법과 함께 ‘일반교통방해죄’로 기소되었다. 집시법으로 집회·시위의 단순 참가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들을 체포하기 위해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공안형 경범죄 급증···유인물·퍼포먼스도 무더기 단속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단순한 유인물 배포나 퍼포먼스를 경범죄 위반으로 체포하는 사례가 증가하였다. 2009년 7월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에서 만든 유인물을 배포했다는 이유로 경찰이 학생들과 시민을 수갑을 채워 체포하였다. 이 과정에서 임의 동행을 거부한 62세 여성을 강제 연행 후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즉결 심판 처리했으나, 법원은 이에 대해 면제판결을 내렸다. 2011년 10월에는 제주해군기지건설에 반대하기 위해 공사현장에서 미사를 집전했던 가톨릭 신부 9명이 집시법 위반과 함께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연행되기도 하였다.

    정책제안

    일반교통방해죄 관련 규정을 손괴나 상해가 있는 경우에 한해 처벌하도록 개정하여 집회·시위 일반 참가자를 처벌하는 데 이 법을 사용하지 않도록 한다. 또한 집회·시위를 제한하는 데 오남용될 뿐 아니라 형법과의 중복규정 등 문제점들을 지적받아 온 경범죄처벌법을 폐지한다.

    집시법 외의 법률로 집회·시위의 자유 제한

    Ⅰ. 문제제기

    1. 일반교통방해죄와 집회

    형법 제185조 일반교통방해죄(이하 ‘일반교통방해죄’)는 “육로, 수로 또는 교량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전에도 집회·시위 참가자들에 대해 이 조항을 적용하는 경우가 간헐적으로 있었으나 최근에는 도로를 행진하는 시위가 있으면 당연히 적용되는 조항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이 주간집회 단순참가자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고 있고, 제23조가 야간옥외집회·시위의 단순 참가자에 대해서는 50만 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기에, 5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경우에는 ‘일정한 주거가 없는 경우’가 아닌 한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의 제한(제200조의2 제1항 단서)을 회피하기 위하여 집회나 시위 중 도로를 점거하거나 도로로 이동한 경우를 모두 현행범 체포나 긴급체포까지 가능한 일반교통방해죄로 법률을 적용하여 체포하는 것이다. 집회·시위를 탄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집시법 외에 형법 제185조의 일반교통방해죄가 ‘전가의 보도’처럼 쓰이고 있는 것이다.

    2. 경범죄처벌법과 집회

    경범죄처벌법 제4조는 스스로 “이 법의 적용에 있어서는 국민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지 아니하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다른 목적을 위하여 이 법을 함부로 적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여 남용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그 모호성과 추상성 때문에 경찰이 자의적으로 집회에 적용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이는 경범죄처벌법 제4조가 우려한 바대로 이 법이 본래의 목적을 벗어나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목적을 위하여 함부로 적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Ⅱ. 외국 입법례: 일반교통방해

    일반교통방해를 규정하고 있는 형법 제185조의 구성요건을 보면 교통방해의 결과 또는 위험만으로 모두 처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이라는 행위유형에 포함되어야 처벌할 수 있다. 문제는 도로에서의 행위 중 ‘기타 방법’이라는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문구를 사용하고 있기에 교통방해 때문에 빚어질 수 있는 상해나 파손뿐만 아니라 집회나 시위를 포함하여 도로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행위에 대해 위 법 조항이 적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국의 경우에는 “기타 방법”이라는 추상적, 포괄적 표현보다는 구체적인 행위의 유형을 나열하거나, 기타 방법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더라도 그 해석의 폭을 좁힐 수 있는 방식으로 규정되어 있다. 이에 형법 제185조의 ‘기타 방법’의 불명확성을 검토하기 위해 외국의 규정을 살피도록 하겠다. 특히 외국의 법령과 비교해 보면 형법 제185조의 불명확성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1. 독일

    독일 형법은 교통기관, 행위방법 등을 아래와 같이 세분화하여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제315조 [철도, 선박, 항공 특수교통방해]

    1. 운송시설 또는 운송수단의 파괴, 손상 또는 제거
    2. 장애물의 설치
    3. 표지 또는 신호의 허위 조작
    4. 기타 이와 유사하고 동일한 정도로 위험한 침해행위에 의하여 궤도차량, 삭도차량, 선박, 항공기 교통의 안전을 침해하고, 이로 인하여 타인의 신체, 생명 또는 상당한 가치의 재물에 대하여 위험을 야기한 자는 6월 이상 10년 이하의 자유형에 처한다.

    독일 형법의 규정체계를 보면, 일반조항을 제한하는 개별적 구성요건의 행위유형을 i) 운송시설 또는 운송수단의 파괴, ii) 손상 또는 iii) 제거, iv) 장애물의 설치, v) 표지 또는 신호의 허위 조작 등 총 5개를 들고 있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일반조항 자체도 단순히 ‘기타 침해행위’라 하지 않고 ‘기타 이와 유사하고 동일한 정도로 위험한 침해행위’라 하여 2중으로 법관의 자의적 해석 가능성을 제한하고 있다.

    2. 일본

    일본 형법은 우리나라의 일반교통방해죄와 유사한 ‘왕래방해 및 동치사상’ 조항에서 ‘기타 방법’이라는 일반조항을 사용하지 않고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제124조 [왕래방해 및 동 치사상]

    ① 육로, 수로 또는 다리를 손괴하거나 불통케하여 왕래의 방해를 발생하게 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만엔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전항의 죄를 범하여 사람을 사망 또는 상해에 이르게 한 자는 상해의 죄와 비교하여 중한 형으로 처단한다.

    이렇게 일본 형법은 ‘왕래 방해’의 경우는 2년 이하의 징역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행위유형도 ‘손괴나 불통’으로 한정하고 있다. 또한, 법익침해의 수준이 왕래 ‘방해’가 아니라 ‘위험’의 정도에 이르는 경우는 제125조 왕래위험죄로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3. 프랑스

    프랑스 형법은 교통방해와 관련된 범죄의 유형을 아래와 같이 도로 상에 물건을 두거나 방치하는 행위로 특정하고 있다.

    제R. 644-2조 [도로교통의 방해]

    ① 필요 없이 통행의 자유 또는 안전을 방해하거나 저해하는 물건을 도로 상에 두거나 방치함으로써 도로의 교통을 방해하는 자는 제4급 위경죄에 대한 벌금에 처한다.

    이에 더하여 프랑스는 i)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이 현재하는 항공기, 선박 기타 모든 운송수단 또는 대륙붕에 설치된 고정식 해저채굴장치를 탈취하거나 운행을 지배하는 행위(제224-6조 제1항 항공기 등의 탈취), ii) 허위의 정보를 유포하여 운행 중인 항공기 또는 선박의 안전을 고의로 위태롭게 한 행위(제224-8조 제1항 운항위험죄)도 처벌하고 있다. 이처럼 프랑스는 교통수단을 탈취하거나 운행을 지배하는 행위만을 처벌하고 있으며, 역시 우리 형법의 일반교통방해죄와는 달리 그 대상이 되는 행위를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4. 중국

    중국도 교통방해와 관련한 범죄의 유형을 아래와 같이 구체적이며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i) 기차, 자동차, 전차, 선박 또는 항공기를 파괴하거나 기차, 자동차, 전차, 선박 또는 항공기를 전복 또는 훼손하기에 충분한 위험을 발생시켰으나 아직 엄중한 결과를 초래하지 않은 경우(제116조)
    ii) 궤도, 교량, 터널, 도로, 공항, 항로, 등대, 표지 등을 파괴하거나 기타 파괴 활동을 하여 기차, 자동차, 전차, 선박 또는 항공기를 전복하거나 훼손하기에 충분한 위험을 야기했으나 아직 엄중한 결과를 초래하지 않은 경우(제117조)
    iii) 교통수단, 교통시설, 전력설비, 가스설비 기타 연소되거나 폭발하기 쉬운 설비를 파괴하여 엄중한 결과를 초래한 경우(제119조)
    iv) 폭력, 협박 기타 방법으로 선박, 자동차를 납치한 경우(제121조)
    v) 비행 중인 항공기 내의 사람에 대하여 폭력을 사용하여 비행안전에 위해를 가하여 중대한 경우를 초래하였거나 아직 중대한 결과를 초래하지 아니한 경우(제123조)
    vi) 치안관리처벌법: 철도, 국도, 수역항로, 제방에 구멍을 파거나 장애물을 설치하거나 지시 표지를 훼손, 이동하여 교통운송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형사처벌을 하기에 충분하지 아니한 경우(15일 이하의 구류 또는 2백만 원 이하의 벌금)(제20조 제8호)
    ⅶ) 치안관리처벌법: 차량, 행인이 통행하는 곳을 시공함에 있어 복개물, 표지, 방위를 설치하지 아니하거나 고의로 복개물, 표지 방위를 훼손, 이동한 자(2백만 원 이하의 벌금을 과하거나 경고)(제21조 제3호), 고의로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고의로 도로표시, 교통표지를 이동, 훼손한 자(5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경고)(제25조)

    5. 소결

    이러한 외국의 입법례를 참작할 때, 우리 형법 제185조가 정하고 있는 “기타의 방법”은 전혀 명확성이 없다. 일본처럼 해석적 논란이 없도록 행위유형을 열거하거나, 적어도 독일처럼 ‘기타 이와 유사하고 동일한 정도로 위험한 침해행위’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앞에 열거된 행위유형과 유사하거나 동일한 행위만을 처벌할 수 있도록 제한되어야만 명확성을 갖추었다고 할 것이다.

    Ⅲ. 인권상황평가 : 실태와 문제점

    1. 집회·시위에 대한 형법 제185조 일반교통방해죄 적용 실태와 문제점

    가. 적용실태

    2009년 민변은 촛불집회에 참가한 것을 이유로 기소되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해 통계를 낸 바 있다. 2009년 6월 15일 기준으로 민변이 진행 중인 촛불 정식재판 사건 피고인 627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이 중 88%에 이르는 551명이 집시법과 함께 ‘일반교통방해죄’로도 기소되었다. 집시법만으로 기소된 경우는 60건, 일반교통방해죄로만 기소된 경우는 52건이었다. 벌금액(약식기소 기준)도 집시법으로만 기소된 경우 평균 62만 원이었으나, 집시법과 함께 일반교통방해죄로 기소된 경우는 두 배를 훨씬 넘는 152만 원에 이르렀다.

    [표] 촛불 정식재판 사건의 죄명과 벌금액 평균

    죄명 건수 벌금평균(단위 만원, 소숫점 이하 반올림)
    집시법, 일반교통방해 491 152
    집시법 60 62
    일반교통방해 52 144
    공무집행방해 8 200
    일반교통방해, 도로교통법 3 50
    특수공무집행방해 8 200
    집시법, 일반교통방해, 공무집행방해 4 238
    공용물손괴, 일반교통방해, 집시법 1 300
    합계 627 148

    위 통계에서 보듯이 일반교통방해죄는 집회·시위 참가자들에게 매우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일반교통방해죄만으로 기소된 사람들에 대한 벌금 평균액수도 144만 원에 이른다. 약식 기소된 사건 대부분이 대규모 집회에 참가하였다가 특별한 행위 없이 일률적인 연행과정에서 연행된 것임을 고려한다면 벌금액이 매우 높다. 일반교통방해죄의 적용이 그런 과다한 형량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집회참가자들에 대해 일반교통방해죄를 광범위하게 적용하고, 그 결과 높은 형이 선고되는 악순환은 결국 집회참가를 두려워하게 하는 자기검열 기제로 작동함으로써 집회의 자유를 심대하게 침해할 것이다.

    나. 집회·시위에 형법 제185조 일반교통방해죄 적용의 문제점
    (1) 명확성의 원칙 위배

    형벌은 인간의 행위에 대한 제재이다.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관련된 모든 사람을 처벌하는 것은 법치국가의 형법원리에 어긋난다. 일정한 행위를 통해 그 결과(위험)를 낳았을 때에만 처벌해야 한다. 이것이 형벌법규에서 형벌의 대상이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이렇게 형벌의 대상이 되는 행위유형을 명확하게 규정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명확성의 원칙이라고 한다.

    그런데 형법 제185조 일반교통방해죄는 “육로, 수로 또는 교량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구성요건을 보면 교통방해의 결과 또는 위험만으로 모두 처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이라는 행위유형에 포함되어야 처벌할 수 있다.
    문제는 ‘기타 방법’이라는 표현이 가지고 있는 추상성과 포괄성 때문에 도로에서의 행위 중 이에 포함되지 않는 행위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해석된다는 것이다. 즉, 일반교통방해죄를 규정하고 있는 형법 제185조는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2) 과잉금지의 원칙 위배

    형법 제185조 일반교통방해죄는 단순히 도로소통에 장해가 생겨 다소 불편한 정도의 교통방해, 도로에 위험이 발생하는 정도의 교통방해, 사람의 생명·신체에 위험이 발생하는 정도의 교통방해 등 불법성의 정도가 다른 경우를 모두 같은 법정형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교통소통에 장해가 발생하여 다소 불편한 경우와 사람의 생명·신체 등에 위험이 발생하는 경우는 불법성의 정도에 있어 차이가 매우 크다. 따라서 가벼운 교통방해행위를 도로소통에 장해가 생겨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험이 발생한 경우와 동일하게 처벌하는 것은 행위와 처벌 간의 비례성을 상실한 과도한 것이다.

    2. 집회·시위에 대한 경범죄처벌법 적용실태와 문제점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단순한 유인물 배포행위를 불법 유인물 배포 혐의로 체포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2009년 7월 15일과 16일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에서 만든 유인물을 배포했다는 이유로 경찰이 학생들과 시민을 수갑을 채워 체포하였다. 경찰은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에서 발행한 홍보물을 불법 유인물이라고 규정하고, ‘옥외광고물법’ 위반이라며 홍보물을 압수하고 배포행위를 강제로 중단시킨 뒤 체포했다. 이 과정에서 임의 동행을 거부한 62세 여성의 팔을 움켜잡고 폭력적으로 강제 연행했으며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도 않고 적용법규도 갑자기 바뀌어 ‘경범죄처벌법’으로 급조해 즉결심판 처리했으나, 법원은 이에 대해 면제판결을 내렸다. 아래는 최근 문제가 되었던 경범죄처벌법 적용의 사례들이다.

    이상한 경범죄 위반 연행 사례들
    유인물 나눠줘도 경범죄

    -김00 H대 학생은 2009년 7월 15일 서울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민주회복 민생살리기 2차 범국민대회 안내 유인물은 나눠주다 경찰에 의해 “경범죄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수갑이 채워진 채 연행.
    - 민주노총 소속 조00씨는 2009년 7월 16일 종각역 인근에서 민주노동당 발행 유인물 나눠주다 경찰에 연행.

    퍼포먼스도 경범죄

    - 외국인 이주·노동운동협의회가 2009년 7월 15일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한 채 불법체포 당하는 이주노동자를 표현하기 위해 상의를 벗고 퍼포먼스를 벌임, 경찰은 “윗옷을 입지 않았다. 경범죄로 처벌하겠다”며 제지. 결국 퍼포먼스 포기.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위와 같은 사례의 급증으로 인해 2009년 상반기 즉결심판 접수 건수가 38,164건으로 2008년 같은 기간 27,215건과 비교하여 40.2%나 증가하였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에도 계속되고 있다. 2011년 10월 5일 제주해군기지건설에 반대하기 위해 공사현장에서 미사를 집전했던 가톨릭 신부 9명이 집시법 위반과 함께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연행이 되기도 하였다.

    경범죄처벌법이 위와 같이 집회나 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방향으로 적용되고 있는 이유는 구성요건이 명확성의 원칙을 지키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범죄처벌법은 1983년 개정에서 법률용어를 한글화하면서 비교적 알기 쉬운 문체로 개정해왔지만 그 내용과 의미의 기준과 한계를 파악하기에 모호한 용어들이 사용되고 있다. 먼저 “정당한 이유”라는 용어가 있다. 이는 제1호(빈집 등에의 잠복), 제2호(흉기의 은닉휴대), 제6호(시체 현장변경 등), 제24호(불안감 조성 등), 제36호(공무원 원조불응), 제49호(무단침입), 제51호(무임승차 및 무전취식)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함부로”라는 용어는 더욱 자주 사용되고 있다. 이는 제13호(광고물 무단부착 등), 제16조(오물방치), 제17호(노상방뇨 등), 제20호(자연훼손), 제21호(타인의 가축·기계 등 무단조작), 제32호(위해동물관리소홀), 제34호(무단소등), 제41호(과다노출)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외에도 제10호(물품강매·청객행위), 제19호(단체가입 강요)에서 사용된 “억지로”, 제12호(업무방해), 제18호(의식방해) 등에서 볼 수 있는 “못된”, 제24호(불안감 조성), 제25호(인근 소란 등)와 제41호(과다노출)의 “지나치게”는 그 정도를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하여 자의적인 법 적용의 위험성이 큰 용어들이다.

    Ⅳ. 개선방안 : 정책과제

    1. 형법 185조 일반교통방해죄 개정

    현행 형법 제185조가 가지고 있는 불명확성과 과잉성을 제거하고, 집회나 시위를 억압하기 위해 오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독일의 입법례와 같이 개정할 필요가 있다.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이 독일의 입법례는 행위유형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것뿐만 아니라, ‘도로교통의 방해’라는 결과를 넘어서 도로교통의 방해 때문에 파손이나 상해 등의 결과까지 나타나야 처벌하는 식으로 규정하고 있다.

    만약 독일식으로 개정하지 않고 ‘기타 방법’을 삭제하고 구체적인 행위유형을 규정하는 방안은 ‘기타 방법’의 불명확성을 해소하는 데에는 유용성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개정하면 도로를 점거하는 집회·시위가 도로교통의 방해를 일으킬 때 비록 ‘기타 방법’에 해당하지 아니하더라도 ‘불통’에 해당한다고 해석하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독일 형법 제315b조의 보호법익은 ‘공공 교통의 안전’이라고 한다. 이러한 규정은 교통방해죄가 도로 교통상 발생할 수 있는 생명이나 신체, 재산의 보호를 위한 규정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우리 형법상 일반교통방해죄가 추상적 위험범인 반면에 독일 형법 제315b조는 구체적 위험범으로 규정되어 있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독일 형법 제315b조 하에서는 도로를 점유하는 집회·시위라 할지라도 그 때문에 교통에 참여한 사람들의 생명, 신체나 재산에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 한 교통방해죄 구성요건을 적용할 수 없다는 점이 확실하다. 그리고 형법상 교통방해죄의 형사처벌은 교통상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함이지 단순히 도로교통의 원활한 흐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님을 더욱 분명히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추상적 위험범의 규정방식은 형사입법에서 가급적 지양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도 구체적 위험범 방식의 규정을 도입하는 것이 타당하다.

    2. 경범죄처벌법 폐지

    경범죄처벌법은 위에서 언급한 명확성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 이외에도 과잉금지원칙위배, 형법상 범죄와의 중복규정 등의 문제들이 계속 제기되어 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경범죄처벌법을폐지하고 필요한 조항에 대해서는 형법으로 일원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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